<삼학송> 여름방학을 되돌아보며 (한성대신문, 536호)

    • 입력 2018-09-03 00:00

 길다면 길고 짧다면 또 짧은 2개월간의 여름방학도 어느덧 과거형이 됐다. 개강을 맞이하는 대학생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아쉬우면서 허탈한 감정을 느낀다.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이런 생각이 스스로를 자책과 회의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는 찰나,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까 나, 일도 했고 자전거도 탔잖아?’
 이번 방학의 8할을 차지한 일과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학보사 업무였다. 2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한성대신문>은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편집국장이 교체되는 것은 마치 국가의 정권이 바뀌듯, 시스템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다르게 말하면 기자들은 기존에 고수해왔던 방식을 버리거나 개선해 새로운 체제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감 체제 개혁이다. 내가 수습기자이던 시절부터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감이라 하면 레이아웃 마감, 초고 마감, 기사 마감 등 3단계 마감 일정이 전부였다. 그러나 기자들의 잦은 업무지연으로 언제부턴가 마감일이 무의미해지고 말았다. 촉박하게 진행한 취재와 기사 작성은 반드시 미끄러지게 돼 있는 법. 좀 더 체계적인 마감 일정을 수립할 필요를 느꼈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6단계 마감 일정이다. 기존 마감 일정에 콘택트 마감, 인터뷰 마감, 사진 마감을 추가해 세분화한 것이다. 새로운 마감 체제의 효과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물론, 이처럼 갑작스러운 체제 변화가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혼란스러울 만도 하다. 기자들끼리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오해가 쌓이며 벌어진 해프닝도 있었다. 편집국장으로서 내가 나서 얽히고 얽힌 오해의 끈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하지 않던가. 서둘러 면담 일정을 잡고 기자 한 명당 약 30분씩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먼 옛날 황희 정승이 한 말처럼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생 처음 내담자가 아닌 면담자가 되어 1:1 면담을 진행한 후문이다. 방학 내내 지겹도록 일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일과를 마친 저녁 시간 짬을 내, 어릴 때 미처 배우지 못했던 자전거 타는 법을 익혔다. 처음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을 밟고는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아 한동안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땅에서 발을 떼는 순간 자전거가 중심을 잃고 넘어질 것만 같았다. 페달을 굴려보기도 전에 넘어져 생길 생채기 생각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그런데 긴장을 풀고, 핸들을 잡은 두 손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페달을 구르자 자전거가 조금씩, 그러다가 점점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은 비틀거리고 때때로 넘어질 듯 기울기도 했지만 분명한 건 자전거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탄력이 붙고 나서는 나름의 기교도 부릴 줄 알게 됐다.
 편집국장이라는 자리도 어쩌면 자전거 타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내 힘으로 조직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두렵지만, 조금 미숙해도 어떤가. 마음을 가득 채운 부담은 조금 덜어내고 즐긴다는 마음으로 발을 굴리다보면, 전진하다가 어느 순간 내 역량을 펼치고 있지 않을까.

강예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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