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화정> 제주 예멘인 난민 사태 이해하기 (한성대신문, 536호)

    • 입력 2018-09-03 00:00

 올해 초 제주도에서 5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대거 난민 신청한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난민 문제가 일반인들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 난민 수용 찬성자와 반대자들이 거리로 나와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고, 청와대 게시판에 ‘제주도 불법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도 올라왔다. 청와대를 향한 난민 문제 국민청원에는 8월 1일 정부가 공개적으로 답변을 올릴 때까지 무려 714,875명이 동참했다. 
 수용 반대파는 이번 난민 사태가 정부의 개방적인 출입국정책과 난민정책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난민정책의 방향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제주 무사증 제도가 가짜난민 입국 통로이므로 폐지해야 하고, 정부가 난민협약을 탈퇴하고 난민법을 폐지해 난민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난민을 수용하더라도 난민 신청을 재외공관에서만 접수해 가짜난민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수용 찬성파는 난민 수용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당연히 분담해야 할 국제적 책무이며, 현재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임을 지적한다. 또, 더욱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난민정책 추진을 요구한다. 나아가 현실적으로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 등을 통한 난민 수용 거부가 한국의 국제사회 발언권 약화 및 고립으로 이어져 오히려 국익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제주 예멘인 난민 사태가 한국에 새로운 갈등을 불러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숙한 인권국가로 도약하는 기회도 제공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우리 민족의 울타리를 넘어 진정한 보편인권을 다루는 난민 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이해가 높아졌다. 이에 힘입어 향후 국내 학계에서 연구도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제주 예멘인 난민 사태는 한국의 다문화 사회 발전과정의 주요 변곡점으로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오정은(이민·다문화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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