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SNS에서 ‘플라스틱프리(Free)’가 뜨거운감자다. 쇼핑할 때 장바구니를 들거나 머그잔에 커피를 마시는 등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하고 이를 인증하는 사진을 게재하는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있다. 이처럼 가정에서 적극적으로 플라스틱 프리에 동참하고 있는 한편, 사회에서도 플라스틱 프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환경시민단체, 환경공무관 등이다.분야는 달라도 각자의 자리에서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며 플라스틱 프리 세상을 함께 꿈꾸는 사람들. <한성대신문>이 그들을 만나봤다.
세계는 지금 플라스틱과 전쟁 중
얼마 전 죽은 고래의 뱃속에서 비닐봉지 80여 장이 나온 사진이 공개되면서 우리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2015년에는 바다거북이 콧속에 빨대가 박힌 채 구조된 사례가 SNS에 확산돼 논란이 빚어졌고, 올해 5월에는 알바트로스와 바다슴새가 먹이 단서인 황화합물 냄새를 맡고 플라스틱 폐기물을 섭취해 고통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다시 한번 논란이 됐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생태계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플라스틱 대체재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중 과일 배에서 추출할 수 있는 석세포는 천연 화장품과 천연치약에 활용할 수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버섯으로 만든 와인 포장재 ▲해초로 만든 물병 ▲거미 줄 신발 등 천연 재료를 활용하려는 기발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연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최근 영국과 스페인의 합동 연구진은 폴리에틸렌 소재의 비닐봉지를 먹어 치우는 나방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있는 박테리아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던 제품을 재사용 가능한 실리콘으로 바꿔나가고 있는 eeeek사(社)의 이광택 대표는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생태계를 위해 작은 귀찮음은 즐겁게 감수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며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편, 신을진(인천녹색연합) 활동가는 “우선 요구되는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나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소비자도 적극적으로 정부에 정책과 제도 마련을 요구하고 의견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르포> 거리는 보란 듯이 바뀌지 않았다
새벽 3시. 성북구 동선동에 위치한 하나로 거리의 새벽은 한산했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한 사람, 바로 환경공무관 김 씨다. 그는 사무실에서 작업복을 갈아입은 뒤, 수레를 끌며 그의 일터인 거리로 향했다.
4시부터 시작되는 청소 작업. 거리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가게들 앞에는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볕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골목의 캄캄한 어둠 속에 쓰레기 더미가 시체처럼 웅크리고 있는 광경은 스산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길에는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라는 표지가 붙어있었고, 스피커를 통해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중’이라는 안내방송이 20초 간격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 속에서 김 씨는 비질을 시작했다. 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청소 작업을 하는지 묻자, 김 씨는 “상점들이 아침 8시~9시면 문을 열기 때문”이라며 “그전까지 미리 청소를 해놓지 않으면 민원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우선 일회용 플라스틱 컵 같은 비교적 큰 쓰레기부터 줍기 시작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집게로 들어 올리자 컵 안의 내용물이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일회용 컵 수거는 한두 개로 그치지 않았다. 1시간쯤 지났을까. 제법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였다. 김 씨는 음료수 병과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쉴 새 없이 집어들며 “이런 쓰레기는 70~80%가 내용물이 차있는 것들”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일회용 컵 안의 내용물을 비우다가 작업복에 묻는 일도 다반사라고 했다. 여름에는 컵 안에 담긴 내용물이 뒤섞여 부패하는 일이 많고, 이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악취를 참아가며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다회용 컵, 텀블러를 사용하라는 정부의 지침은 이 광경 앞에서 신기루일 뿐이었다. 정부가 『자원재 활용법』 같은 관련 법규를 만들어도 거리는 여전히 일회용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전 8시. 청소 작업을 마친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일터를 떠났다. 김 씨가 동선동 하나 로 거리 일대를 청소하는 데 걸린 시간은 4시간. 주말에는 쓰레기 양이 월등히 많아 길게는 5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거리가 바뀌지 않는 한 그의 일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그는 이 청소 작업을 내일도, 모레도 매일 같이 반복할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연간 700만 톤… 그 답은 자원순환?
우리가 사용하는 여러 자원은 특정 제품으로 생산되고 판매·사용·폐기된 후 재사용되거나 재활용된다. 일련의 ‘순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순환과정을 거스르는 자원이 있으니, 바로 플라스틱이다. 그래서다. 재사용되거나 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이 자연에 피해를 입히는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 남자가 연구소를 차린 이유말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10년간 활동하다가 개인 연구소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는 남자,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Q.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A. 자원순환과 관련해 교육을 하고 정책 연구, 현장 조사 등을 한다. 폐기물이 발생하는 장소가 워낙 다양해서 업무 현장도 광범위하다. 분리·배출된 쓰레기를 재질별로 분류하는 업체에 방문해 자원순환 실태 를 살피기도 한다.
Q.자원순환이 왜 중요한가?
A. 소각이나 매립만으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기에 역부족이다. 하물며 소각장과 매립장을 계속해서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면 자원을 절약할 수 있지만, 소각이나 매립하면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원은 한정돼 있으므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기보다는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해 자원을 순환시켜야 한다.
Q.우리나라 플라스틱 자원순환의 현황은?
A. 국내에서 연간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약 700만 톤이다. 이 중 재사용·재활용되는 비율은 고작 30%다. 나머지는 전부 소각되거나 매립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매립은 여러 쓰레기 처리 방식 중 환경 에 가장 큰 타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지하수 오염을 유발해 해양까지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Q.플라스틱을 대체할 자원이 있다면?
A. 대체 자원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플라스틱이 주로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플라스틱 사용 범위는 굉장히 넓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포장지’다. 빵·과자 봉지가 대표적이다. 결국 실질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려면 포장지 사용량부터 줄여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차선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머그잔이나 유리잔, 다회용 플라스틱 컵 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한꺼번에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하자는 취지다.
심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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