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발표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상승을 토대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기업 투자와 고용 확대를 끌어내는 정책이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실시하면 내수 활성화가 될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올해 최저시급이 작년 대비 16.4%가량 인상되자, 고용주들이 인건비를 줄이고자 ‘알바 쪼개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근로시간을 줄여 계약하는 등의 꼼수도 쓰고 있다. 계속되는 우려에도 지난 8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현 정책에는 문제가 없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대응했다. 그러나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한 청와대는 지난 9월 6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동안은 눈 감고, 귀 막고 있더니 위기에 직면해서야 정책 방향을 급히 수정한 것이다.
여당이 전 정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8월, “이전 정부가 토목 건설과 대기업 위주로 정책을 펴, 산업 구조 개선을 소홀히 한 탓에 고용위기가 닥친 것”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물론, 이전 정권에서 미흡하게 처리한 부분이 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과거 정부의 행태를 문제 삼으며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도리어 현 정부의 무능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 주는가 했더니, 현 정부는 정책 시행 과정에 서 비판 여론에 흔들리고 남 탓을 하는 등 실망스런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비판을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국민의 신뢰를 재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니.
심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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