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누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강요하나 (한성대신문, 537호)

    • 입력 2018-10-01 00:00

 최근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 인기리에 종영했다. 동명의 웹툰을 실사화한 이 작품은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높아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강남미인’은 ‘강남 의료계에서 공산품을 찍어내듯 똑같이 만들어 낸 성형미인’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위 드라마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외모 지상주의’에 대해 다뤘다.
 주인공 ‘강미래’는 어릴 적부터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받아 왔다. 학창시절, 혹독한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이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친구들에게 “못생겼다”며 따돌림을 당했다. 결국, 그녀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성형수술을 감행한다. 드라마에서는 성형수술 이후 대학교에 입학한 그녀가 순탄치 않은 캠퍼스 라이프를 겪으며 ‘진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내적 성장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내용이 오히려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한다며 비판한다. 실제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타인에게 ‘아름다움’을 강요하지 않는데, 방송으로 인해 마치 정말 그런 일이 비일비재한 것처럼 비춰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혹자는 “개인이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아름다움을 좇고는, 자신의 외모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자 도리어 사회에 책임을 묻고 있다”며 꼬집기도 했다.
 물론, 나는 그 의견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나 역시 외모 지상주의가 낳은 피해자였고, 또 다른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눈에 띌 정도로 피부가 하얀 편이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때때로 이웃 어른이나 학교 친구들로부터 “서양계 혼혈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그런 질문 끝에는 꼭 “예쁘다”, “부럽다”와 같은 질투 어린 칭찬이 따라오곤 했다. ‘피부색이 하얄수록 예쁘다’는 사회 풍조에 따라 나도 내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반면, 피부색이 나보다 노랗거나 까만 사람을 보면 “못생겼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하얀 피부로 얻어낸 외모 특수는 청소년기를 거치고 성인이 되면서 점점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자외선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자 하얗던 피부가 노랗게 변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피부가 타는 게 두려워 야외 활동을 피했고, 갈수록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졌다.
 외모 지상주의의 피해자는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 우리학교 커뮤니티 ‘대나무숲’에는 외모 지상주의 희생양이 된 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뚱뚱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로부터 줄곧 “돼지”라고 놀림 당했다. 그래서 그는 학창시절, 1일 섭취량을 300kcal로 제한해 신장 160cm에 체중 40kg이 될 때까지 다이어트를 했고, 마침내 그 목표를 이뤘다. 그는 체중을 감량하고 외모를 가꾸기 시작하자 그동안 눈길 한번 주지 않던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행복하지 않다고, 다시 살찔 것이라는 공포는 물론이고 각종 질병까지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글을 맺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미친 걸까. 아니면 이렇게까지 해야 마르고 예쁘다고 해주는 사회의 기준이 미친 걸까. 모르겠다. (중략) 나는 행복한 걸까.”

강예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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