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에 이어 ‘혼술’이라는 말이 흔히 들린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사회적 세태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꼭 1인 가구가 아니라고 해도, 혼밥, 혼술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혼자서 술 마시는 일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내가 마시고 싶은 만큼만 적당히 조절해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럿이 마시다 보면 내가 얼마나 마셨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몸으로 느낄 때쯤이면 이미 취했다는 말이다. 그 지경이면 과음하기 일쑤이다. 다른 하나는 조용히 혼자 앉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독한 미식가>의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오로지 나와 먹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술을 목구멍으로 털어 넣는 것이 아니라, 입 안에서 맴도는 술의 짜릿한 맛은 혼자 마실 때 잘 느낄 수 있다.
사실 술은 혼자 마시는 것보다는 더불어 마시는 것이 일반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어떤 주제를 놓고 대화를 하는 것이 술 마시는 일의 진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심포지움이다. 심포지움(symposium)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논제에 대하여 다른 의견을 가진 두 사람 이상의 전문가가 의견을 발표하고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토론회”를 일컫는 것이지만, 이 말의 유래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에게까지 올라간다. 그리스어의 심포시온(symposion; 향연)에서 온 말인데, 심포시온은 음악이 있고 술이 있고 대화가 있는 연회를 말한다. 한 마디로 술파티라고 할 수 있는데, 방점은 ‘대화’에 찍힌다. 플라톤의 『향연』에서도 소피스트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며 에로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니까 술 마시면서 자기들끼리 사랑(에로스)에 대해 주고받은 이야기다.
물론 위의 두 가지 모두 단점도 있을 것이다. 술을 마신다는 점에서 단점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가지의 핵심이 모두 ‘대화’에 있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어떤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나 자신과의 진솔한 대화 역시 필요한 일이니까.
강호정(응용인문학부 국어국문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