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자꾸 포기하지 말고 다꾸하자! (한성대신문, 539호)

    • 입력 2018-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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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0-14 19:33

<편집자주>
2018년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 정 기자는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추억에 잠겼다. 때는 2018년 1월, 핑크빛 캠퍼스를 맞이할 설렘에 정 기자는 새해 계획을 세우기로 다짐했다. ‘올해는 꼭 다이어트에 성공할 거야’, ‘올해는 자격증 공부도 열심히 해야지’···. 풋풋했던 신입생 시절을 추억하다 보니 어렴풋이 책장 속에 잠든 무언가가 떠오른다. 바로 ‘다이어리’다. 작년 이맘때쯤 굳게 마음먹고 산 다이어리였는데···. 손때 묻은 첫 장을 제외하고는 새하얗게 텅 빈 속지를 보니 머쓱하기만 하다.
그러나 여기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다이어리를 꾸미고 작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다꾸러’라고 소개한다. ‘다꾸러’란 ‘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인 ‘다꾸’와 사람을 뜻하는 ‘러(-er)’의 합성어로 ‘다이어리를 꾸미는 사람’을 말한다. 다꾸러들은 다이어리를 단순히 메모하고 일기를 쓰는 물건에서 하나의 문화 영역으로 자리매김시켰다. 지금까지 ‘작심삼일’ 정신으로 다이어리를 쓰다 중도 포기했거나, 다이어리를 쓰고는 싶은데 손재주가 없어 망설였다면 다음 기사에 주목하자.

#_같은_곰손도___있다
SNS 속 화려하게 꾸며진 다이어리 사진들···. 이는 정말 금손만 할 수 있는 일일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가는 악필이다’라고 생각하는 곰손들도 얼마든지 훌륭한 다꾸러가 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온·오프라인 문구매장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다꾸아이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꾸 아이템은 다꾸에 입문한 초보자라면 꼭 알아야 할 필수적인 준비물이다. 기존 문구사의 스티커보다 훨씬 저렴한 ‘인쇄소 스티커’, 접착성이 없는 메모지인 ‘떡메모지’, 디자이너의 그림이 패턴 형식으로 장식된 ‘랩핑지’, 종이 재질의 테이프에 디자인이 프린트된 ‘마스킹 테이프’ 등 원하는 다꾸 아이템을 선택해 다이어리의 빈 공간을 채우기만 하면 된다.
염은애(26, 인스타그램 @_eunyo) 다꾸러는 초보가 따라할 수 있는 손쉬운 다꾸 방법으로 ‘떡메모지를 중심으로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을 소개했다.
그는 “원하는 다이어리의 디자인을 대략적으로 구상하고 떡메모지를 붙인 다음,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다. 마스킹 테이프는 다시 떼었다 붙일 수 있어 제일 마지막에 붙이는 것이 편하다”고 팁을 전수했다.

▲온·오프라인 문구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다꾸 물품인 ‘마스킹 테이프’. 단색부터 현란한 패턴까지 형형색색인 것이 특징이다.
▲염은애 다꾸러는 밤, 은행잎, 단풍잎 스티커와 자줏빛 색종이를 오려 붙여 가을 감성을 연출했다.


#다꾸_경력직의_이건_어때요?
기본적인 다꾸를 마스터했다면 이제 한 단계 앞선 색다른 다꾸를 시도해보자.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다꾸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다. 인쇄소 스티커는 기존 문구사에서 판매하는 스티커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제작이 가능해 많은 다꾸러에게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SNS상에서는 자신이 디자인한 인쇄소 스티커로 다꾸를 하다, 판매까지 시작한 다꾸러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배경으로 문구업계에 뛰어든 김유정(유댕닷컴) 대표는 현재 인쇄소 스티커와 떡메모지를 자체 제작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해 되파는 방식으로 ‘유댕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다꾸 문화가 성행하면서 다이어리 제품과 꾸미기 용품을 함께 구매하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 그중 인쇄소 스티커는 조각 스티커, 젤리 스티커, 투명 스티커 등 다양한 종류로 제작돼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꽃이나 잡지 등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소재로도 나만의 특별한 다꾸를 경험할 수 있다. ‘이케아’ 가구 잡지 속 사진을 오려 표지로 재구성한 황예진(21, 인스타그램 @lisaday_) 다꾸러도 매일 새로운 재료를 활용하는 다꾸러로 유명하다. 그가 SNS에 공유하는 다꾸 영상은 약 9천 명 팔로워의 관심 대상이다.

▲권아름 다꾸러는 ‘집순이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떡메모지, 마스킹 테이프, 인쇄소 스티커를 붙여 소소한 일상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특히, 동글동글한 손글씨가 돋보인다.


#_다꾸가_제일_잘나가
수십 번의 실패와 성공을 거쳐 탄생한 내 다이어리! 귀염뽀짝한 인쇄소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로 꾸며진 다이어리를 보니 이제는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그래서인지 SNS 속 다꾸 문화는 점점 더 활기를 띠고 있다.
강희원(24, 인스타그램 @ella_diary_) 다꾸러는 약 3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다꾸러다.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된 인쇄소 스티커로 다꾸에 눈을 떴다는 그는, 다꾸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알아두면 좋은 팁이나 추천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계정을 운영 중이다.
SNS에서 활동하는 다꾸러들은 자신만의 다꾸 콘셉트를 찾아 트레이드 마크처럼 쭉 밀고 나가기도 한다. 다이어리의 대부분을 일기글로 채우는 신채은(25, 인스타그램 @25_diary_) 다꾸러는 약 1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꽃 모양 숫자 스티커로 날짜를 표시하고, 일기 내용과 어울리는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는 방법을 애용한다. 그의 다꾸 방법은 자칫 다른 다꾸에 비해 화려함이 덜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그는 하루를 기록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글보다 그림을 활용해 다이어리를 꾸미는 다꾸러도 있다. 약 6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안봄(26, 인스타그램 @palbegae) 다꾸러다. 그는 하루 일상을 짤막한 문장 몇 줄과 함께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림일기야말로 그의 개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안봄 다꾸러는 얼떨결에 시리얼 한 통을 다 비워버린 에피소드를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남겼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마치 빈 종이와 같다. 빈 종이를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다꾸는 평범했던 하루를 평범하지 않게 꾸며내는 과정이다. 하루가 저물 무렵, 숨겨둔 다이어리를 펼쳐 때로는 단순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나만의 다이어리를 꾸며보자.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날에는 마음을 다스리고, 행복한 하루를 보낸 날에는 그 날의 기억들을 되새겨 더욱 기분 좋은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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