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투표하지 않겠다는 당신에게 (한성대신문, 539호)

    • 입력 2018-11-19 00:00

 11월 말에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학내는 벌써부터 시끌벅적하다. 교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선거 유세도 유세지만, ‘대나무숲’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펼쳐지는 학우들 간 논쟁도 만만치 않다. 그중 가장 갑론을박이 팽팽한 쟁점은 바로 ‘유권자에게 투표하지 않을 권리가 있느냐’다. 투표 여부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입장과, 투표는 의무가 아닌 권리이므로 그 여부 또한 ‘선택’이라는 입장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투표권 논쟁이 불붙은 것은 바로 지난 11월 6일 대나무숲에서부터였다. 이날 대나무숲에는 “저는 내년 총학생회 선거 투표 안 할랍니다 (중략) 투표율만 넘으면 당선되는 투표에선 미투표도 권리 행사니까요” 등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익명 제보가 게재됐다. 이들이 투표를 거부하는 데는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언급한 이유는 ‘투표를 통해 선출된 학생회에 대한 불만족’이었다. 시간을 내어 투표해도 그렇게 선출된 학생회가 잘 기능하지 못해 애써 표를 던진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대나무숲에 투표 거부 의사가 게재된 지 하루 만에 반박글이 다수 게재됐다. “미투표는 권리 행사가 아닌 권리 포기입니다. 무효표를 해서라도 자신의 의사를 표출해주세요”라며 무효표라도 행사할 것을 권하는가 하면, “여러분들 선거율이 50%가 안 된다면 학생대표는 뽑히지 않아요. 그런데 그것보다는 반대표가 엄청 많아서 안 뽑히는 게 그 사람들한테 더 의견을 표출하는 방식이지 않을까요? 투표 꼭 해주시고 차라리 반대표를 뽑으세요”라며 무효표가 아닌 반대표를 던져 의사를 표시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대학사회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선거철만 되면 SNS 및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투표하지 않을 권리’가 중요한 논제로 오르내리곤 한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투표권에는 투표를 포기할 권리도 포함되는 것’이라며 ‘뽑고 싶은 후보가 없다면 투표를 포기하는 것도 목소리를 내는 방식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우선 ‘투표권을 포기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행정법』상 투표권 즉, 참정권은 개인적 공권에 해당한다. 여기서 공권은 공공의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양도·포기가 인정되지 않는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투표는 당연히 최선의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차선에, 그것마저 어렵다면 차악에게라도 표를 던져 최소한 ‘최악’만은 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던지는 한 표가 가진 힘은 선거의 당락을 결정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강원도 고성군수 보궐 선거에서 황종국 당시 후보(4,697표)가 윤승근 후보(4,696표)를 단 한 표 차이로 이기며 화제가 됐다. 다가오는 총선에는 꼭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자신의 권리를 찾도록 하자.
 끝으로 미국의 제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는 이렇게 말했다. “선거란 누군가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뽑지 않기 위해서 투표하는 것이다.”

강예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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