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형성된 유행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갑분싸, TMI, 진지충, 선비충, 아싸 등…. 통칭 ‘인싸 용어’라고 불리는 인터넷 유행어들은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흔히 사용된다. 사실 또래 친구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유행어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소위 말하는 ‘문찐(문화 찐따)’에 속하는 나조차도 일상생활에서 이런 단어들을 자주 사용한다. 신조어와 은어를 사용해 친구들과 소통한다는 점이 재미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유행어를 사용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단어로 지칭하는 대상이 내가 됐을 때 왠지 모를 묘한 찝찝함을 느껴본 적은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할 때였다. 대화를 하던 중 나도 모르는 새 감상에 젖어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자, 한 친구가 말했다. “뭐야 진지충이냐? 히히.” ‘진지충’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나는 누가 내 입을 틀어막기라도 한 듯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이 나뿐만은 아닌 듯하다. 인터넷에 진지한 내용의 글이나 설명글을 올릴 때 “진지충 같을 수도 있지만”, “약간 TMI긴 한데”라는 사족을 덧붙이는 모습을 종종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마치 타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인 것처럼 말이다.
이 같은 현상을 보면, 처음에는 ‘소통’을 위해 만들어졌을 이 단어들이 오히려 자유로운 표현을 막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동안 SNS에서 유행했던 “‘오글거린다’라는 말이 나오자 사람들에게 감성이 사라졌고, ‘설명충’이라는 말이 나오자 자기가 아는 지식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글귀처럼 우리는 스스로 만든 단어의 감옥에 갇혀버린 것이다.
‘말’에 있어서 ‘재미’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그 본질은 각자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경청하는 ‘소통’과 ‘대화’에 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신조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말’의 본질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명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