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전시 속으로> 초록빛 소쿠리가 피어낸 ‘숲’과 마주하다 (한성대신문, 540호)

    • 입력 2018-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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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0-14 19:29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미세하게 줄어드는 소쿠리 크기에서 최정화 작가의 섬세함을 눈치챌 수 있다.

‘어머! 저게 뭐야?’ 성북동 일대에 숲이 들어섰다. 멀리서도 단연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 숲은 바로 설치미술가 최정화 작가의 전시 작품 <숲>이다. 이번 전시는 성북구립미술관 주최로 지난 4월부터 내년 4월 7일까지 1년간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약 3분 거리에 위치한 복자교 아래에서 진행된다.

복자교 아래에 들어서면 초록색 플라스틱 소쿠리로 만들어진 ‘인공 소쿠리 숲’을 볼 수 있다. 이 설치물은 나무 줄기를 형상화한 파이프 기둥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소쿠리가 위아래로 맞닿은 채 꾸며져 있다. 소쿠리를 한눈에 바라보니 마치 잎이 무성한 나무처럼 보인다. 숲을 연상케 하는 소쿠리 나무들의 향연은 인공과 자연 간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다. 재료로 쓰인 소쿠리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는 인공적이지만, 형태는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나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작품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쿠리를 소재로 활용해 예술이 우리의 일상과 멀리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 대해 김경민(성북구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소쿠리 나무들은 마치 거대한 자연의 모습인 양 도심 한가운데에서 인공 숲을 조성하고 있다. 특유의 조형미와 역발상을 통해 작가의 개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컵 주둥이와 바닥이 서로 번갈아가며 맞물려 일렁이는 물결처럼 유연한 곡선을 그려낸다.

울창한 인공 소쿠리 숲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플라스틱 컵과 그릇, 작은 구슬 등을 와이어로 길게 엮은 작품을 볼 수 있다. 지난 3월, 성북동 ‘주민참여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정화 작가와 주민 200여 명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이는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그릇과 가정에서 사용했던 컵, 물병, 그릇 등 버려진 소모품을 붙여 만든 최정화 작가의 대표작 <알케미(Alchemy)>를 모티프로 재구성했다.

이 작품에 대해 김 학예연구사는 “예술가와 주민이 작품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공공미술의 가치를 되짚어보고자 만들었다”며 “이번 전시공간이 관람객에게 친화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전시는 전시기간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더욱 특별함을 갖게 된다. 전시가 진행되는 1년여간, 복자교 인근에 실제 자연 ‘숲’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현재 최정화 작가와 조경 전문가는 소쿠리로 구현된 인공 숲이 있는 복자교 인근에 직접 나무를 심어 실제 자연 ‘숲’을 완성해나가는 중이다.

인공과 자연 두 경계를 넘나들면서 자연의 ‘숲’을 만들어가는 전시 프로젝트 <숲>. 이 전시가 끝나는 내년 봄, 생기를 머금은 나무가 가득 자라날 복자교 인근 풍경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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