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전통은 보전(補塡)해야 보존(保存)된다 (한성대신문, 540호)

    • 입력 2018-12-10 01:49

 옆 동네 종로구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한복 착용자’에 한해 고궁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실제로 경복궁이나 창덕궁, 창경궁 일대를 지나다 보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이나 외국인 관광객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종로구가 새삼 ‘한복’의 기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전통한복이 아닌 생활한복이나 퓨전한복 등을 착용한 경우 고궁 무료 관람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처음에 고궁에서 한복을 입고 입장하시는 분들께 입장료를 받지 않겠다고 한 건 전통한복을 이야기한 것이지 계량한복을 말한 것이 아니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물론 고궁 입장료 몇 천원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무료 입장을 위한 자격 요건에서 한복의 기준을 전통한복으로 축소하면, 이제 막 활성화된 한복의 대중화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된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전통한복이라도 대중에게서 외면당하면 무슨 소용일까.
 학보사 역시 전통과 관습을 중시하는 집단이다. 필자는 얼마 전 <동덕여대학보>가 제500호 특집을 맞아 주최한 좌담회 ‘학보의 위기와 비전’에 본사 편집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좌담회에서 다뤄진 소주제 중 가장 활발히 논의된 부분은 뉴미디어의 출현과 그로 인한 종이신문의 위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어떻게 해야 종이신문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 타 학보사 편집장들과 의견을 공유하던 중 어느 편집장의 발언이 뇌리에 박혔다.
 그는 “학보사는 인터넷이 상용화된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위기의 연속이었다. 어렵다, 힘들다 호소하면서 자그마치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개혁한 것이 뭐가 있느냐. 학보 구독률이 저조한 데에는 독자가 아닌 전통에 얽매여 발전하지 못하는 학보사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일침했다.
 본사에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문학공모전 ‘한성문학상’이 있다. 이번 호 지면에는 ‘제33회 한성문학상’ 수상작이 실렸다. 특히, 올해에는 유독 소설 부문에 비해 시 부문 응모작이 많았다. 접수 기간 동안 응모작을 정리하던 중 시 원고 몇 편을 기자들과 함께 읽어봤다. 그런데 당초 예상했던 전통적인 이미지의 시가 아니라, SNS에서 주로 볼법한 감성 글귀를 시로 둔갑시켜 제출한 것이 상당수였다.
 이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벼운 문학도 문학이 될 수 있냐’는 얘기가 도마에 올랐다. 필자는 가벼운 문학도 그 나름의 묵직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중이 점점 쉽고 간단히 그리고 빨리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도 기존의 틀, 전통에서 벗어나 변혁을 시도해야만 대중에게 읽히고 그 존재의 의미를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나.
 한복도, 학보도, 문학도, 전통적 기반 없이는 존재하기 어려운 것들이라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다만, 그것들의 전통은 보전(保全, 온전하게 보호하여 유지함)이 아닌 보전(補塡, 부족한 부분을 보태어 채움)되어야 비로소 보존(保存, 잘 간수하여 남김)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강예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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