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수업시간에 들은 교수님 말씀이 기억납니다. “여러분, 건축가, 의사, 변호사 중 어느 직업이 가장 행복할까요?” 질문하시고, 잠시 후 “의사는 아픈 환자를 만나고, 변호사는 주로 심각한(?) 사람을 만 나지만, 건축가는 (내 집 지을) 꿈에 부푼 고객을 만나니, 건축가가 제일 행복한 직업입니다”라며 학생들 에게 꿈을 심어 주셨습니다. 실제로 공간을 다루는 건축 및 인테리어디자인은 즐거운 작업입니다.
저는 ‘을’로서 남의 집(?) 설계를 평생 해왔는데, 상상빌리지 설계를 하면서 ‘갑’(우리학교 구성원은 모두 ‘갑’임)과 ‘을’을 겸하는 신나는 경험을 합니다. 저는 ‘갑’이 되면 하고 싶은 디자인을 마음껏 할 줄 알았습니다. 막상 해 보니 ‘갑’에게도 ‘을’에게 없는 또 다른 고충이 있더군요. 예를 들어 ‘수용인원을 조금 줄이면 공간의 질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기숙사가 부족한 학교 사정에 맞추어 최대 수용 인원이 되도록 계획해야 했고, 공사비 제약으로 하고 싶은 주요 디자인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상상빌리지 공간 구성 개념은 호텔입니다. 지상 층은 룸, 지하 층은 편의시설로 구성했습니다. 옥상은 편하게 앉아서 담소할 수 있는 정원입니다. 지하 1층에는 세탁실, 공동취사장, 매점, 휴게실, 독서실, 집회실, 세미나실 등 편의시설을, 지하 2층에는 라켓볼장, 탁구장, 헬스장, 요가룸 등 운동시설을 배치했습니다.
‘사람이 집을 짓고, 집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한 공간’을 목표로 설계한 저의 바람이 모든 학생에게 조금이라도 전달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좋은 건축은 사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상상빌리지가 그런 집이면 좋겠습니다. 강의실과 도서관을 오가며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이 모여 사는,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마을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내년 봄을 그려 봅니다. 늦은 밤에도 오가는 학생으로 활력 넘치는 캠퍼스, 방마다 간간이 웃음소리가 들리고, 책상에 켜둔 불빛이 창 너머 어두운 낙산정원을 환히 비추는 기숙사를요. 상상빌리지 주민(?) 모두가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조자연(ICT디자인학부, 건축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