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동의합니다 (한성대신문, 540호)

    • 입력 2018-12-10 02:32

 국민으로서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할 때, 우리는 ‘동의합니다’라고 적는다. 현재 국민청원은 개인이 한 나라의 대표에게 내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소통 창구가 됐다. 그러나 국민청원에는 ‘옆집 개 짖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내용 등 국민청원의 본질을 흐리는 질문이 무분별하게 올라온다. 그리고 이런 게시물에도 ‘동의합니다’라는 댓글이 달려 있다.
 이는 진정으로 글쓴이에게 깊이 공감해 ‘동의’한다고 한 것일까? 그렇다면 동의자는 글쓴이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그 상황에 대해 이해해서 동의한 것일까? 나는 그것이 단지 타인의 감정에 동의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청원에서 요구하고 있는 내용이 적절한 것인지 아닌지를 사실을 기반으로 해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비단,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일의 청원뿐만이 아니다. 2014년에 일어났던 ‘세 모자 사건’, ‘240번 버스 사건’ 그리고 최근 법적 공방 중인 ‘양예원의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원’까지. 사람들은 확실한 증거가 없는데도 피해자라고 가정된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했고, 사실 여부는 따지지 않은 채 가해자라고 가정된 사람들을 비난하기 바빴다. 이는 한쪽을 순식간에 벼랑 끝까지 몰고 가기 충분하다. 실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 사람들을 말이다.
 현재 온라인 공간에서의 전파력과 파급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에 어떤 정보든지 사실 여부를 떠나 순식간에 확산된다. 이럴 때일수록 무분별하게 퍼져있는 정보들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분별력 있게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은 동의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기 충분하다. 당신은 이에 동의하는가?

호소영(영어영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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