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전시 속으로> 백남준, 그를 기억하는 방법 (한성대신문, 543호)

    • 입력 201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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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0-14 14:16

공간은 물질들이 모여 이루어진 집합체다. 사물, 사람과 같이 수없이 많은 요소가 공간 안에 존재하고, 공간이 소멸됨에 따라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공간이 소멸되더라도 그 자리를 오롯이 지키는 것이 있다. 바로 ‘기억’이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과거의 공간과 그 안에서의 일을 회상하고, 이를 ‘추억’이라 이름 붙여 고이 보관한다. 이런 기억의 속성을 이용해 예술가들이 작고한 선배 故 백남준의 생전 기억을 따라가며 공간을 채운 전시, ‘내일,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를 소개한다.

이 전시는 창신동에 위치한 백남준기념관에서 금년 12월 31일까지 열리며, 관람비는 무료다. 전시가 열리는 백남준기념관의 또 다른 이름은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이다. 실제로 그 이름처럼 기념관에는 故 백남준의 삶과 예술에 대한 소개와, 후배 예술가들이 그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기획한 오마주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 중에서도 故 백남준의 기억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고, 그 경험으로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작품들을 살펴보자.

▲김상돈의 <TV경-자화상>

김상돈 작가는 故 백남준의 1989년 作 <자화상>을 재해석해 을 작업했다. 故 백남준의 <자화상>은 자신의 얼굴을 그린 초상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며 남을 비추는 장치로 작품을 사용했다. 이런 의도로 만들어진 故 백남준의 <자화상>과 모두 TV를 오브제로 한다. 화면에는 해외를 많이 다닌 그를 표현한 지구본, 그가 음악가로도 유명했던 사실을 상징하는 피아노 등이 구성돼 있다. 오마주 작품인 은 원작과 달리 브라운관 속을 비워내어 TV가 벽을 관통하도록 설치했다. 그리고 이는 벽 너머에 있는 카페를 보여준다.

이에 대해 박주현 도슨트는 “작품을 통해 보이는 카페는 지역 주민 협의체가 운영하는 곳이다. 카페에서도 이 전시실이 보인다. 이를 통해 현재를 살고 있는 창신동의 주민과 과거 창신동에 살았던 백남준이 작품을 매개로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레벨나인의 <백남준의 책상>

레벨나인 작가는 故 백남준의 <태내기 자서전>과 백 작가의 유치원 친구 이경희 여사의 회고록 일부를 이용해 <백남준의 책상>을 만들었다. 책상 위에 있는 공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라디오와 TV, 프로젝터가 작동해 백남준의 기억이 책상 위로 펼쳐진다. 이때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은 故 백남준이 자신의 필름 <전자 달>에 사용했던 드뷔시의 <달빛>이다.

전시를 관람한 최예빈(숙명여대 1) 학생은 “<백남준의 책상>이 제일 인상 깊었다. 그의 일기를 훔쳐보는듯해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외에도 <문-문-문>, <웨이브>, <수-월>, <피아노 테이블>, <버츄얼 뮤지엄>, <백남준 아카이브를 찾아서>, <테크노 부처> 등 故 백남준의 기억을 옅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공간을 채웠다.

사람마다 무언가를 기억하는 방법이 다르듯,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은 다양한 방법들로 백남준을 기억하고 있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그를 기억할 것인가.

이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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