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세대의 패션 트렌드로 자주 언급되는 ‘뉴트로(New-tro)’. 새로움의 뉴(new)와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2019년 현재, 젊은 세대의 핫한 패션 키워드로 통한다. 이 같은 열풍에 힘입어 젊은 ‘패션 피플’들로 하여금 발걸음하게 만드는 장소가 있다. 바로 ‘동묘 구제시장’이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은 왜 뉴트로에 주목하는 것일까. <한성대신문>이 동묘 구제시장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동묘 구제시장의 ‘중심’에 가다
동묘 구제시장은 지하철 1호선과 6호선이 지나가는 동묘앞역 3번 출구 바로 앞에 자리 하고 있다. 시장 입구부터 LP판, 중고도서 등 이 진열돼 구제시장 내음이 물씬 풍긴다. 점심쯤 방문한 동묘 구제시장에는 옷걸이에 걸려 있는 수많은 옷가지와 산처럼 쌓인 옷더미가 거리를 수놓고 있다. 행인들은 마땅한 탈의실이 없어서 눈대중으로 옷 사이즈를 맞춰보기 부지기수다. 이곳에서는 옷더미에서 옷을 꺼내 상체에 대보는 이, 검은색 비닐봉투에 옷을 한 아름 담아가는 이들이 한 데 엉켜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곳에서 만난 대학생 A씨(21)는 “동묘에 처음 와봤다. 옷이 정말 많아서 어떤 옷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진다”면서 “대부분 저렴해서 가볍게 입기에 부담이 없다”고 말 했다. 실제로 가죽재킷, 털코트, 등산용 패딩 등 고가 의류가 헐값에 팔리고 있었다. 골목 사이에는 숨겨진 구제 옷 가게가 있다. 동묘공원 옆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골목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패딩, 가방, 신발 등이 진열돼 있는데 그 풍경이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꽤 예쁜 골목이라고 소문이 났는지 나들이객들의 포토존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동묘가 처음인 당신에게
처음 동묘 구제시장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시장통이다. 북적이는 인파에 당황하기 십상이고, 자칫 옷 구경 대신 사람 구경만 하다가 올 수도 있다. 특히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아 더욱 북적이는데, 상인들은 대목을 잡으려고 평일보다 더 많은 옷을 들여와 쌓아놓곤 한다. 차분히 옷을 보고 싶다면 평일에, 더 다양한 옷을 보고 싶다면 주말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한적한 이른 아침에 구제시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명심하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법이다.
구제시장 곳곳을 누비다보면 구제 전문 매장, 옷무덤 등 구제의류를 파는 곳이 많은데 이곳에 처음 방문한 사람은 이 중 어디서 옷을 구매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된다. 필자는 구제 전문 매장보단 옷걸이에 걸린 옷, 옷걸이에 걸린 옷보단 옷무덤을 노리는 편을 추천한다. 옷무덤은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곳이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할인율이 더 큰 편이다. 실제로 재킷의 경우, 구제 전문 매장에서는 2~3만 원대였던 반면, 옷무덤에서 건진 것은 만 원 이하였다.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다면 샅샅이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옷이 헤지거나 오염된 부분이 있다 해도 실망하지 말자. 이는 값을 깎을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된다. 마음에 드는 옷을 잠시 넣어두고 다른 옷을 3, 4벌 정도 마련해둔 후 이들 중 고민하는 모습을 상인에게 보여준다면 그가 먼저 흥정을 제안할 것이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흥정에 응한다면 예상치 못한 ‘득템’을 할 수 있다. 추가로 요즘에는 계좌이체도 가능하니 현금이 부족하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뉴트로를 재해석한 2030
구제시장을 둘러보다보면 통이 큰 청바지, 청치마 등 90년대 즈음에 유행했던 복고풍 옷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나이 지긋한 5060세대들이 찾을 것만 같은데,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복고풍 재킷을 걸쳐보며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청재킷을 구매하기 위해 한참 옷무덤을 뒤적인 대학생 B씨(21)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등의 영향으로 빈티지 패션에 관심이 많아졌다” 며 “빈티지 패션이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소셜 커머스 티몬의 경우, 올해 복고풍 의류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주 고객층인 2030세대의 뉴트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2030세대에게 뉴트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이영환(건양대학교 마케팅비즈니스학과) 교수는 “5060세대는 추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추억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뉴트로 문화를 소비 한다. 반면, 2030세대는 자신들이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의 문화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새롭게 즐기는 것”이 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뉴트로 문화 확산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경기가 불황일수록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큰 만큼 당분간 뉴트로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 고 내다봤다.
이에 더해 이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세련된 복고인 힙트로(Hip-tro)가 강세를 보일 것” 이라며 “이미 패션 업계에서는 젊은 소비자 들의 요구가 반영된 힙트로 패션을 선보이 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심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