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내 커뮤니티인 ‘한성대학교 대나무숲’과 ‘에브리타임’에서 회화과가 게재한 서명운동 글이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자신을 회화과 소속이라고 밝히면서 학생들의 서명 동참을 촉구하는 내용과 함께 서명운동 링크를 첨부했다. 서명부 전문에서 회화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대학본부가 회화과와 사전 협의 없이 (회화과 졸업전 시회 장소인) 연구관 전시실 폐쇄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현재 대학본부는 그 자리에 VR/AR센터 (정식 명칭 상상파크)를 만들 계획” 이라고 사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타 단과대학생, 타 대학생 등을 포함한 학생 499명(4월 9일 기준)이 서명하면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회화과 측은 이번 전시실 폐쇄로 졸업전시 준비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고 호소했다. 비대위 소속 최학윤(동양화 4) 학생은 “본래 1년 전부터 전시실을 대관하고 지금은 전시작품을 구상해야 하는 때지만, 학교 측이 올해 들어서야 갑작스레 전시실 폐쇄를 통보해 작품을 준비할 시간을 전시실을 물색하는 데 보내야 했다”며 “결국 인사동 인근 전시실을 1주일간 빌렸는데, 대관료로 600만 원이 들어 이를 학생 13명의 사비로 충당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일방적인 통보에 일부 회화과 교수들도 당혹스러워하는 입장을 보였다. 정헌이(예술학부) 교수는 “학교는 우리 과 교수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전시실 폐쇄를 단행했다. 또한, 폐쇄한다는 사실조차 학생들 사이에서 도는 풍문으로 알음알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본부는 학생 전체의 편익을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종석(시설지원팀) 과장은 “기존 전시실 자리에는 VR/AR센터 시설이 포함된 상상파크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는 학교의 유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상파크를 짓게 된 배경에 대해 박 과장은 “수원대학교, 건국대학교 등 일부 대학에서 먼저 VR 센터를 개설했다. 우리학교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추자는 의견이 여러 차례 나와, 이번에 공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상상파크는 여름방학 중 착공해 오는 9월 중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실제 공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번 조치로 학생들이 졸업전시 준비에 불편을 겪게 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에 박 과장은 “상상관 로비를 최대한 활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관 전시실에 비하면 유동 인구도 많고, 실제로 여러 전시가 그곳에서 열리고 있다. 오히려 전시 효과는 더 좋을 것” 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또, 회화과의 의견을 듣지 않고 계획을 추진했다는 주장에 박 과장은 “상상파크 운영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리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회화과 측은 이러한 입장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김지윤(서양화 4) 비대위원장은 “만약 상상관 로비에서 작품을 전시하게 되면 여러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상상관은 유리 외벽으로 투영되는 햇빛 때문에 그림의 색채가 제대로 비치지 않는다. 때문에 흰색 가벽을 추가로 설치하기 위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우리 과가 기존 전시실을 이용했을 당시에도 대학본부가 시설 관리를 우리에게 떠맡긴 적이 있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볼 때 전시실을 일방적으로 폐쇄한 것은 대학본부가 우리 학과를 소홀히 여기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이에 대해 “전시장에 전시를 원하는 학과마다 전시 형태 및 구조가 달라 학과에서 직접 조명을 배치하게 한다. 필요한 조명도구 및 장비는 지원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비대위는 지난 4월 11일 변대중 총무처장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총무처장을 만나 우리 과의 사정을 알렸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며 “앞으로 전시실을 자주 이용했던 동아리와 함께 여론을 확산시킬 것이며, 언론사 제보를 통해 우리 문제를 대학사회에 알릴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이에 대학본부 측은 “현재 내부회의 중이며, 추후 확정된 사안이 있을 시 답변하겠다”고 입장을 유보했다
윤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