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돈 키호테 (한성대신문, 544호)

    • 입력 2019-04-15 00:00

세르반테스의 소설 에서는 괴짜 기사 돈 키호테가 등장한다. 비록 소설에 등장하는 그의 행위는 우스꽝스럽지만, 그는 항상 자신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 망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전의 아이콘’ 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여기 돈 키호테처럼 맹렬하게 청춘의 한복판을 질주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경제 미디어 스타트업인 ‘어피티(Uppity)’의 박진영(29) 대표다.

박 대표가 설립한 어피티는 복잡한 경제 상식을 알기 쉽게 풀어 20·30대에게 뉴스레터로 보내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경제력은 자존심의 근본’이라는 박 대표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사실 박 대표가 원래부터 스타트업을 꿈꾸지는 않았다. 그의 꿈은 언론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신문을 읽었던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 김주하, 손석희를 동경하며 기자의 꿈을 키웠다.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학보사에 입사해 편집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처럼 착실하게 기자의 꿈으로 나아가던 박 대표가 미디어 스타트업에 뛰어든 계기는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교양수업 강사를 인터뷰하다가 돌연 제의를 받은 것이다.

“학보사 기자 시절 (교양수업 강사였던) 강정수 박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인터뷰 후 갑자기 ‘미디어 스타트업을 만들어보지 않겠느냐’ 제안을 받았어요. 당시 그를 수업에서 강사로서만 만나 데면데면한데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어서 매우 당황했어요. 하지만 고민해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학보사 동료와 ‘미스핏츠’를 만들었죠.”

이전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길에 박 대표는 과감하게 투신했다. 심지어 이때는 기본적인 동영상 편집조차 모르던 시절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친구의 도움을 빌려 영상 편집의 기초부터 배워갔다.

“사실 저는 영상 편집하는 법을 아예 몰랐어요. 그래서 동료에게 속성으로 과외를 받기로 했죠. 과외가 끝나자마자 ‘일주일 내로 영상 한 편을 만들라’는 과제를 주더라고요. 마감 기한을 맞추려고 꾸역꾸역 하다 보니 저절로 실력이 늘어난 것 같아요.”

당시 미스핏츠는 20·30세대의 솔직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담아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미스핏츠가 성공가도를 달릴수록 박 대표의 마음에는 끊임없는 갈등이 일어났다. 당시 그는 공동대표로서 행정사무를 주로 수행했는데, 이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결국 그는 미스핏츠의 성공을 뒤로하고 나와 여러 미디어 스타트업을 전전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미스핏츠에서 나온 이후 ‘내가 다시 미디어 스타트업 대표를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들 정도로 슬럼프에 빠졌어요. 그 기간 동안 기업에서 콘텐츠 외주 작업을 맡았는데, 이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자신감이 붙어 다시 도전하게 됐어요.”

어피티 역시 박 대표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경제 상식이 부족한 청년들이 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이전까지 한 번도 경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는 오기를 발휘해 수능 공부하듯 경제 지식을 정복하며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러한 박 대표의 행보는 마치 돈 키호테 와 같은 도전의 연속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비록 배경 지식이 전무하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부족해도, 사회적인 관심을 주도할 수 있고 자신도 흥미있다 느끼면 일단 도전했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이러한 조언을 남겼다.

“저는 우리나라에 저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실패해도 좋으니 일단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박 대표는 자신을 ‘또 다른 언론인’이라고 표현한다. 비록 신문사나 방송사에 소속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가 만든 콘텐츠를 통해 20·30세대의 고민과 생활상을 담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청년들이 안정을 추구하며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시대. 그 속에서 그의 모습은 돈 키호테의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강렬한 불길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릴 것이다.

윤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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