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유전공학부 도입 ‘좌충우돌’ 10년, 안정화될 수 있을까 (한성대신문, 544호)

    • 입력 2019-04-15 00:00

전공 구분이 자유로운 자유전공학부가 대학사회에 도입된 지 어느덧 10년을 맞았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자유전공학부는 10년째 폐지와 신설을 거듭하며 안정화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제공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자유전공학부 개설 이력이 있는 53개 대학 중 현재까지 운영·유지하고 있는 대학은 28개로 집계됐다. 반면,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와 같이 자유전공학부를 폐과한 대학도 23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전공학부, 시작은 창대했으나…

지난 2009년, 자유전공학부는 법학전문대학원인 로스쿨 설립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대학가의 새로운 교육 모델로 등장했다. 자유전공학부는 의대, 치대, 사범대 등 일부 특수학과를 제외한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선택·이수할 수 있으며, 학생 개인의 관심과 목표에 맞추어 전공을 설계할 수 있어 많은 학생들에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2학년 진급 시 특정 인기학과 쏠림 현상 ▲전임교수 부재 ▲부실한 교육과정 ▲학교 측 지원 부족 등의 이유로 자유전공학부를 폐과하거나 폐과를 고심하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연세대와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인기학과에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학생을 받지 못한 비인기학과의 정원이 미달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결국 두 대학은 각각 통폐합과 폐지를 택하면서 자유전공학부의 문제점을 알리는 시발점이 됐다. 이에 대해 이원석(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전문위원은 “자유전공학부가 인기학과를 지망하기 위한 중간 통로로 인식되면서 특정학과 쏠림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유전공학부가 넘어야 할 ‘산’들

일반적으로 자유전공학부는 1학년 동안 전공을 탐색한 뒤, 2학년 때 본인의 주전공을 선택하는 구조다. 하지만 상기한 것처럼 주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특정학과에 인원이 편중되기에, 관련 대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원은 신입생 전원을 학과 구분 없이 단일학부로 뽑는데, 올해 원자력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최근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전기전자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은 190명으로 2년 전에비해 50%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학생들을 책임지고 지도할 전임교수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자유전공학부가 학과 특성에 걸맞는 융합학문의 교육과정이 미처 정립되기도 전에 신설됐고,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수 확보가 어려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은 “자유전공학부에서는 전문위원을 따로 배정해 학생과의 면담 진행 및 비교과 프로그램 개설 등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유전공학부에) 최소 20명의 전임교수가 있어야 학생들을 충분히 지도할 수 있다”며 전임교수 확충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학교의 지원 부족 ▲소속감 부재 ▲강제 통폐합·폐지 후 혼란 ▲수강신청 경쟁률 과열 등 자유전공학부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한 상황이다.

‘자유전공’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자유전공은 여전히 대학과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학생들은 창의적이면서도 유연한 전공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자유전공의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았다. 지방 소재 대학의 자유전공학부에 재학

중인 A씨(21)는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해 강의를 수강하면서 나만의 전공 설계가 가능해졌다”고 언급했다.

한편, 최근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한 대학도 있다. 한국항공대학교와 강원대학교가 각각 2018학년도, 2019학년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설치해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유전공학부가 대학사회에서 어떻게 안착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심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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