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과 여당이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잠정 합의했다. 이를 발표한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개선해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이번 개편안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실제 선거제 개편 가능성은 미궁 속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갈등의 중심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즉, 정당투표에서 얻은 득표율만큼의 의석수를 보장받는 제도로 이해하면 된다. 종전의 비례대표제의 경우, 지역구 선거와 별개로 치러졌으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와 연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지역구 선거 결과, 보장받은 의석수보다 적은 수의 의석을 배정받을 경우 그 나머지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울 수 있다. 단, 거대정당의 경우 지역구에서 정당득표율로 보장받는 의석수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하는 것이 보통이다.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정당에게 불리하고, 군소정당에게 유리하다.
이번 개편안은 국회의원석 정수를 총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는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75석으로 늘리기로 합의됐다. 여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예로 들어보자. 만약 A정당이 10% 정당득표율을 얻었다면, A정당이 보장받는 의석수는 총 30석이다. 이때, 지역구에서 20석이 당선된다면 A정당은 30석에서 20석을 뺀 10석을 비례대표로 가져간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사안은 앞선 예처럼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그중 50%만 반영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이에 따르면 A정당이 가져가는 비례대표 의석수는 10석이 아닌 5석이 된다. 이러면 거대정당이 정당득표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해서 생기는 초과의석이 발생될 가능성도 낮아지고, 거대정당의 부담도 한결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또한, 선거제 개편안에는 ‘석패율제’도 언급됐다. 석패율제는 후보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입후보할 수 있도록 해,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비례대표 당선 가능성을 열어두는 제도다. 이를 도입함으로써, 대구와 경북에서 더불어민주당, 호남지역에서 자유한국당 후보자가 비례대표로 배출될 여지가 있게 해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패율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음선필(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석패율제는 정작 비례대표로 선출되어야 할 전문가, 소외계층의 국회 진출 가능성을 제약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번 개편안에 대해서도 음 교수는 “선거제 개편은 정당 간 의석 다툼의 성격을 지닐수밖에 없다”며 “어느 개편안이 정치세력에 대한 ‘선거권자의 정치적 통제’를 얼마나 더 확보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선거제 개편안이 통과된다면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선거원 연령 18세를 적용하지 않던 우리나라도 만 18세에게 투표권이 주어질 전망이다.
이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