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전시 속으로> 심전 안중식, 근대 서화의 ‘한 획’을 긋다 (한성대신문, 545호)

    • 입력 2019-05-13 00:00

일제강점기, 우리나라가 1910년부터 35년 간 일제에 의하여 식민통치를 당한 수모의 시기다. 동시에 항만을 통해 활발히 유입되는 근대 문물 속에서, 우리의 서화(書畫)가 큰 활기를 띠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근대 서화’ 발전의 시작에는 심전(心田) 안중식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 년 전 세상을 떠났던 그가 서화 작품으로 우리 곁을 찾아온다. 심전의 서거 100주기를 기념해 열린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 전시회는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오는 6월 2일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성인 6,000원, 어린이와 청소년은 4,000원이다. 이번 전시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심전의 대표작을 특별 공개한다.

▲<화조도> ( 자료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 들어서면 한쪽 벽을 차지한 큰 병풍을 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화조도>다. <화조도>를 살펴보면 병풍의 장마다 각 계절에 대한 시 구절이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매화와 대나무 등 계절을 유추할 수 있는 꽃과 나무도 확인할 수 있다. <화조도>는 전체적으로 화려하면서 담담한 심전의 화풍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또한 이 작품은 심전이 중국에 사절로 파견됐을 때 배웠던 중국 화풍의 영향이 드러난 작품이기도 하다.

▲<백악춘효> 여름본(우)·가을본(좌) ( 자료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심전의 서화는 1910년대에 절정에 이르렀다. 그의 작품 중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백악춘효>와 <영광풍경>이 이 시기에 탄생했기 때문이다. <백악춘효>는 안중식이 일제에 의해 훼손된 경북궁을 기억에 의존해 그린 작품이다. 이와 관련해 김승익(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 학예연구사는 “1915년 일제는 병합의 정당성을 합리화한다는 목적으로 조선물산공진회를 개최했다. 그 과정에서 조선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경복궁이 훼손됐다”면서 작품에 담긴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전시는 1915년 그려진 <백악춘효>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백악춘효>는 ‘백악의 봄날 새벽’을 의미하는데, 이는 잃어버린 봄 혹은 다가올 근대의 봄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영광풍경> ( 자료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백악춘효>와 더불어 안중식의 기념비적 작품이라 평가받는 <영광풍경>은 전라남도 영광의 마을을 담은 작품으로, 실제 마을 풍경을 현장감 있게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안중식은 사실적 표현을 위해 초가집과 기와 집을 서양의 원근법에 기초해 그려냈다. 또, 서양식 화풍을 곁들여 후세들에게 큰 영감을 줬고, 이는 근대 서화 발전에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 대해 김 학예연구사는 “일제 강점기 시기는 서화가 가장 활발히 그려졌던 시기”라고 설명하면서 “안중식의 서화가 다가올 근대의 봄 혹은 새로운 시대를 깨운 다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심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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