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가 날로 부각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또한 변화하고 있다. 폐비닐 최소화, 플라스틱 프리(Plasticfree)운동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의류산업에도 친환경적인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패션업계는 ‘의식있는 패션’ 즉,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을 선보이고 있는데, 만약 좀 ‘깨어있는’ 소비자라면 한 번쯤이 패션을 눈여겨봐야할 것이다.
컨셔스 패션은 ‘의식있는’이란 뜻의 컨셔스(conscious)와 패션(fashion)이 합쳐진 신조어로, 원단 생산부터 재단 과정에 이르는 의류 생산과정은 물론, 재활용과정까지 친환경적이면서도 윤리적인 패션을 일컫는다. 단적인 예로, 가장 많이 쓰이는 원단 중 하나인 면의 경우, 목화를 대량으로 재배하기 위해 대량의 농약을 사용한다. 하지만 농약은 토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친환경 의류 기업들은 농약 없이 유기농 재배법으로 목화를 생산한다. 또한, 소비자에 의해 버려진 의류와 자투리 원단을 재조합해 만드는 것도 이런 컨셔스 패션에 포함된다. 기존에 친환경 의류를 생산하는 브랜드인 ‘파타고니아’ 외에도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 등 기업들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친환경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SPA브랜드의 등장으로 컨셔스 패션의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안현주(글로벌패션학부) 교수는 “198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 그린 캠페인(Green campaign),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등의 이름으로 환경운동이 지속되어 오고 있다”면서 “컨셔스 패션도 이러한 운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컨셔스 패션은 기업과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의류기업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한다면 소비자는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기업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기업은 공정무역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기부를 하는 형태로 컨셔스 패션에 기여한다. 이와 관련해 김광현(파타고니아 코리아 환경팀) 차장은 “기업이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게 됨과 동시에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선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들은 컨셔스 패션을 주목하는 것일까. 안 교수는 “환경문제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소비자층은 컨셔스 패션이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젊은 층의 경우,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 새로운 패션을 받아들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해석된다.
버려진 것의 재조합
패션업계에선 보통 계절마다 그 계절에 맞는 계절상품이 출시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판매하지 못한 의류는 이월상품으로 재판매가 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엔 소각한다. 이렇게 되면 화학 염색 물질 사용을 거친 생산과정과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소각과정을 거치며 환경을 두 번 해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중고의류를 재활용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코오롱FnC 래;코드(RE;CODE)의 ‘인벤토리 콜렉션’은 생산된 지 3년이 지나도록 판매되지 않는 제품을 해체해 새로운 옷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는 라인업이다. 더불어 기간이 지난 군대용 텐트, 낙하산 등 군용품의 원단을 재사용해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밀리터리 콜렉션’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콜렉션은 계절별로 출시되며, 트렌드에도 뒤처지지 않는 패셔너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바지와 수질오염의 상관관계
여름철 자주 입게 되는 티셔츠는 대부분 면섬유다. 면의 원료인 목화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농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때 많은 양의 물이 쓰인다. 또한, 청바지를 염색할 때 쓰이는 인디고 염료는 많은 생활용수를 사용한다. 인디고 염료는 색이 한번에 입혀지지 않아 염색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염색이 더욱 잘되도록 헹굼과 세척을 거듭한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생활용수가 쓰이는 것이다. 이같이 쓰인 생활용수는 폐수가 되어 더 이상 재활용하지 못한 채 방류돼 수질오염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자연에 피해를 적게 미치는 ‘헴프(Hemp)’ 원단을 사용하는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헴프는 마섬유로 만든 원단으로, 물로 염색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고 농약과 화학비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헴프 원단을 사용한 바지, 티셔츠 등은 통기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촉감도 부드러워 면을 대체할 훌륭한 원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무로 옷을 만든다고?
흔히 종이로 사용되는 나무 펄프. 이 나무 펄프도 옷의 원단이 될 수 있다. 바로 파타코니아의 ‘리피브라 리오셀(REFIBRA™ lyocell)’ 원단이다. 리피브라 리오셀은 원단의 일부를 나무 펄프로 대체함으로써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화학 원료의 양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리피브라 리오셀과 같이 자연친화적인 원료는 재활용에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차장은 “리피브라 리오셀은 펄프와 같은 재료들을 정화하여 재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SPA브랜드 역시 컨셔스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H&M은 올해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셀룰로스 소재의 재킷·부츠와, 오렌지 섬유로 만든 드레스 등을 출시했다. 이 밖에도 옥수수, 황토, 숯 등을 활용한 신소재 원단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가치를 더하는 업사이클링
컨셔스 패션은 기본 제품에서 가치를 재창조한 제품 즉,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겨울 의류에 주로 사용되는 울도 업사이클링이 가능하다. 울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양을 대규모로 방목해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파타고니아에서는 폐의류의 울을 업사이클링하고 있다. 덕분에 양 방목에 필요한 토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한편, 컨셔스 패션은 옷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신발도 컨셔스 패션의 일부분이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러닝화와 스포츠 의류를 선보였다. 이 브랜드는 점차 폐플라스틱과 같은 재료의 비율을 늘려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심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