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은 어디를 찾았고,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가? 또 당신의 오늘은 어디에, 어떻게 남겨졌는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스스로의 흔적을 기록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에 의해 기록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남겨진 기록들은 보안이라는 명목 하에 끊임없이 분석되고, 분류되고, 규정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보호받고 있는 것일까, 감시당하고 있는 것일까? 개개인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기계로부터 포착되고 규정되는 현대의 ‘대량감시 사회’에 의문을 던지는 전시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가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7월 6일까지 개최된다. 이 전시에서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보안과 감시에 대한 고찰이 담긴 작가 9팀의 작품을 성인 4,000원, 학생 3,000원에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서지은 큐레이터는 “감시는 현대 이전부터 계속 존재해왔지만, 늘날의 감시는 비가시적으로 이뤄진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처럼 현대의 특수한 감시 체제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사점을 던지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지하 1층 전시실 왼쪽에 보이는 이은희 작가의 <콘트라스트 오브 유>는 감시, 혹은 보안 시스템에 속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재구성해 기계의 가치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영상에서는 안면인식 시스템으로부터 은행 강도라고 인식돼 두 번이나 체포된 남성, 뉴질랜드 자동 여권 발급 시스템으로부터 ‘대상의 눈이 감겨있다’며 여권 발급을 거절당한 동양인 등의 사례를 보여준다. 이는 감시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기계의 판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마련된 상영관에서는 쉬빙의 <잠자리의 눈>이라는 영화를 짧게 편집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러닝타임이 81분인 이 영화는 중국 각지에서 촬영된 CCTV영상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다운받아 짜깁기해 만들어졌다. 이는 우리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감시의 기록이 어떻게 관리되고 사용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남긴 다. 이외에도 신정균 작가와 E팀이 영상을 통해 각각 관객에게 디지털 감시와 위장, 기계적 시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정면의 작은 방에 가득 차있는 에반 로스의 <자화상 : 2019년 3월 27일>이라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작가는 3월 한 달간 자신의 노트북에 남겨진 인터넷 캐시 데이터(자주 접근하는 데이터)를 시트지에 출력해 벽에 붙여 작품을 구성했다. 이는 사용자의 취향, 관심사를 모두 담고 있는 인터넷 활동 기록이 현대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한편, 사소한 사생활마저도 ‘데이터 감시’의 영역이 될 수 있음을 시각화해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쌍둥이 작가 제인‧루이스 윌슨과 한경우는 기계를 통해 이뤄지는 감시의 가치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또한 아담 브룸버그‧올리버 차나린, 한국 작가 듀오 ‘언메이크 랩’은 인간의 신체를 사진으로 나타내 기계적 인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안전을 위해 점점 보안이 강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계의 눈에 노출된다. 과연 우리는 기술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일까. 당신의 기록은 오늘 무엇으로 규정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