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칼 빼든 교육부, 사학 비리 근절할 수 있을까 (한성대신문, 546호)

    • 입력 2019-06-03 00:00

최근 대학가가 사학 비리 소식으로 시끄럽다. 지난 5월 8일, 교육부가 실시한 회계감사에서 고려대학교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교직원들이 교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은 교직원의 퇴직 선물인 ‘황금 열쇠’를 구입하는 데 540만 원 상당의 교비를 사용하고, 630만 원 상당의 유흥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등 총 22건의 회계 비리를 저질렀다.

또한, 명지대학교 학교법인 명지학원은 10년 전의 사학 비리 때문에 파산 위기에 처했다. 2009년, 명지학원의 이사장이었던 유영구 씨가 자신이 소유한 회사인 ‘명지건설’의 부도를 막기 위해 명지학원의 재산을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또한, 명지대학교와 명지학원이 총 10 건의 회계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도 교육부의 회계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런 사학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교육부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5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3년차를 맞아 사학 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사학 비리 근절에 대 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발맞춰, 최근 교육부는 기존 1년에 3곳의 사학재단을 조사했던 ‘종합감사’ 대상을 5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종합감사는 입시·학사·인사·예산·회계 등 사학 운영 전반을 살피는 감사로, 앞서 언급한 회계감사보다 더 강도가 높다. 이에 대해 김효은(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종합감사 대상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하지만 아직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사학재단이 많다. 1년에 5곳을 감사하더라도 모든 사립학교를 감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대학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교육부 종합감사를 실시한 이력이 없는 곳은 일반 사립대학 153교 중 66교(43.1%), 사립 전문대학 128교 중 55교(43.0%)에 달한다. 매년 5곳 을 종합감사 한다고 해도 모든 대학을 한 번씩 감사하는 데만 24년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종합감사에 투입할 인력이 부족해 추가적인 감사를 진행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인력을 당장 충원할 수는 없겠지만, 교육부는 이를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달 8일 교육부는 시민감사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감사관은 교육부와 그 산하기관 뿐만 아니라 사립 대학 등 개별 학교현장에 대한 감사에 참여한다. 유 장관은 “시민감사관 도입은 교육부의 사학 혁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며 “교육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시민감사관이 도입되면 감사 인력이 보충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부의 감사관이 놓친 부분을 시민감사관이 잡아내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고 전했다.

올해 첫 종합감사 대상은 세종대학교다. 교육부는 지난 5월 20일부터 31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10일간 세종대학교와 학교법인 대양학원을 감사했다. 감사는 2016년 이후 법인 및 대학 운영 전반에 대해서 이루어졌다. 세종대학교를 시작으로 한 이번 감사를 통해 교육부가 성공적인 사학 비리 근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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