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8세 여아를 성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조두순이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본 사건은 조두순이 범죄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되면서, 범죄의 잔혹성 정도에 비해 형량이 미약하다는 범국민적 공분을 샀다. 동시에 성범죄와 아동성범죄의 형량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건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너나 할 것 없이 성폭력 범죄 처벌 및 예방을 강화한 법안을 속속히 개정했다. 2010년에는 성범죄자의 전자발찌 의무 부착기간이 연장됐고, 2011년에는 미성년자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를 피해자가 성년이 되었을 때부터 기산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러한 변화를 거듭해 사건 발생 11년이 지난 지금, 아동성범죄의 중심에 서있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7년에 발표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에서는 지난 8년간 아동대상 성범죄의 발생 추이가 2008년 1,182건, 2016년 1,23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동인구 10만 명당 발생률로 추산하면 16.66건에서 21.26건으로 약 28%가 증가한 수치다. 새로운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아동성범죄 사건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청법 역시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7월, 아청법 제8조 2항에 ‘만 13세 이상 만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간음 등에 대한 규정’이 신설돼, 청소년과 합의된 성관계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기존 아청법이 아동·청소년과의 합의를 통한 성매매를 처벌하기 어려웠던 점을 보완한 것이다. 또한 이 경우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만을 선고하도록 해 처벌을 강화할 조짐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동법 제20조에는 ‘만 13세 미만 아동 및 장애 아동에게 행한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완전히 폐지하는 규정도 추가됐다. 이에 대해 박연주(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지속적으로 개정 작업을 거치고 있는 상태”라며 “앞으로 아동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심신미약 등으로 인한 감경은 여전히 구체적인 법률 마련이 필요한 상태다. 일반적으 로 형사범죄의 감경에는 양형요소가 적용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나 피해자의 과거 성경험, 도덕적 평판이 감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따라서 가해자 와 피해자가 면식 관계에 있거나, 피해자의 도덕적 평판이 좋지 않으면 감경요소로 적용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친권자 및 보호자 등 면식 관계 가해자의 형량과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 기준이 아청법의 ‘빈틈’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미흡한 실정에 박 교수는 “피해자가 면식 관계에 따라 특별한 저항을 못하는 경우에는 친권 관계가 오히려 형량을 감경시키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형량의 가중을 결정하는 규정이 뚜렷하게 신설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