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故 윤창호(22) 씨는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참변을 당했다. 고인의 친구들은 그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고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청원글을 게시하였으며, 이 글은 4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 등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와 더불어 전국 각지에서 음주운전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이에 발맞춰 발의된 것이 이른바 ‘윤창호법’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특가법 제5조의11을 개정한 ‘제1 윤창호법’이 시행돼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를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또한, 올해 6월에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가 개정된 ‘제2 윤창호법’이 발효돼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사건 발생 후 정확히 1년이 지난 현재, 과연 한국의 음주운전 발생률은 감소됐을까?
하태경(바른미래당) 의원이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윤창호법 시행 직후에는 음주운전이 전년 동기 대비 다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먼저 특가법 개정안 시행 직후인 올해 1월부터 5월까지는 50,463건의 음주운전이 적발됐는데, 이는 음주운전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보았을 때 27.3% 줄어든 수치다.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직후에도 음주운전은 줄어든 양상을 보였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후 2개월 간 전국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단속 적발 건수는 19,31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에 27,935건의 음주운전이 적발된 것에 비하면 30.9% 줄어든 것이다. 이에 경찰청은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의 시행으로 음주운전 발생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윤창호법이 음주운전 발생 감소에 일조했다고 단정짓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장규원(원광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 개정 효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경향신문>이 경찰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한 ‘음주운전 단속·사고 통계’와 앞서 언급한 하의원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특가법 개정안 시행 이후 ▲12월 10,714건 ▲1월 8,644건 ▲2월 8,412건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3월 10,320건 ▲4월 11,069건 ▲5월 12,018건을 기록하며 ‘제1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3개월만에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재상승했다. 이후 ‘제2 윤창호법’인 도로교통법 시행 이후 적발 건수는 다시 감소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음주운전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 개정뿐만 아니라 음주운전에 대한 의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창호법을 대표 발의한 하 의원은 “윤창호법의 근본적인 취지는 음주운전에 대한 의식혁명을 하자는 것”이라며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나도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음주운전이 사라질 수있다”고 부연했다.
이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