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화정> 다문화의 의미 (한성대신문, 549호)

    • 입력 2019-10-1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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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0-14 01:02

“다문화가 무엇이지요?”

이민‧다문화트랙 1학년 첫 수업에서 나는 항상 이 질문을 한다. 학생들은 처음에 머뭇거리다가 “다문화”하면 떠오르는 것을 자유롭게 말해 보라고 이야기하면, 한 명씩 말하기 시작한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다문화가정 자녀’, ‘결혼이민자’, ‘동남아시아’ 등이다.

다문화(多文化)라는 한자를 해석하면 ‘많은 문화’ 혹은 ‘다양한 문화’ 정도가 된다. 국어사전에서는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이나 여러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이를 정의한다. 사전적 의미에는 다문화가정 자녀나 동남아시아가 거론되지 않지만, 한국에서 다문화라는 용어는 동남아시아 출신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를 연상시키는 경향이 있다. 중·고등학생들은 “너 다문화야?”, “걔 다문화니?”라는 식으로 ‘다문화’를 결혼이민자 자녀와 동의어로 사용하곤 한다.

국내에서 다문화가 동남아시아 출신 국제결혼 가정을 연상시키는 이유는 한국정부의 다문화정책과 관련이 있다. 국내체류 외국인이 증가하자 정부는 2006년부터 다문화정책이란 미명하에 외국인의 국내 적응 지원 사업을 전개했다. 이때 우선적 수혜 대상이 한국인과 결혼한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이었다. 즉,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하여 해당 가정에 교육, 자녀 출산과 양육 지원 등을 제공하는 것이 다문화정책의 주요 내용이었다. 명시적으로 출신국을 규정하진 않았지만 수혜자의 다수가 동남아시아 출신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다문화정책 대상이 다양한 유형의 외국인으로 확대됐지만, 여전히 다문화정책의 주요 수혜자는 결혼이민자 가족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다문화라는 용어에서 동남아시아 출신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을 떠올리기 쉽다.

문제는 다문화정책의 목적이 외국인의 국내 적응 지원을 통해 한국인과 이민자의 융화를 도모하는 것이었는데, 한국인들이 다문화는 결혼이민자 가족의 이야기고 자신과 상관없는 단어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언제인가 한 교수님께서 복학생들이 트랙제 도입 이후 등장한 이민·다문화트랙을 보고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트랙으로 생각하더라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웃은 적이 있는데, 이것도 다문화를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 즉 ‘그들’에 대한 이야기로 인식한 데에서 온 오해라 할 수 있다.

다문화는 결혼이민자 가족 이야기가 아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특징을 일컫는 말이다.

오정은(예술학부 이민‧다문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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