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성신여자대학교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게 됐다. 등록금 고지서에 학생회비라는 단어가 사라지더니, 곧이어 총학생회마저도 없어져버린 것이다. 성신여대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15학년도 1학기부터 성신여대 대학본부는 총학생회비의 납부방식을 일방적으로 바꿨다. 기존의 등록금 고지서에 선택적 납부항목으로 포함되었던 총학생회비가 아예 삭제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교육부에서 학생회비 강제 납부에 대한 공문을 보내왔기 때문에 삭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 측과 학생회의 마찰은 그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15년 12월 성신여대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에 의해 총학생회 선거가 진행됐다. 그런데 투표가 시작된 후, 학교 측이 “총학생회장 후보가 '학생단체의 장 및 임원은 전체학기 총 평점평균이 2.3 이상이어야 한다'는 성신여대 학칙 제 12장 59조의 2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중선관위는 전체 위원 중 일부만이 참석한 회의에서 18분 만에 해당 학칙 적용에 동의했고, 학교 측은 선거를 폐쇄조치 했다. 총학생회는 이에 반발하여 해당 학칙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위헌적이므로 개정을 권고한 조항이다“라며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유권자의 50%가 넘는 5720명의 학우가 선거를 재개하라고 서명했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3월 성신여대 총학생회 재선거가 열렸다. 대학본부와 중선관위는 여기서도 마찰을 빚었다. 학교 측이 “새롭게 뽑힌 중선관위원장이 학칙 위반 사항으로 조사를 받고 있어, 지금의 중선관위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한 중선관위는 각 과에서 자체적으로 재학생의 명부를 만들어 선거를 진행시키려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학칙에 따라 선거를 진행할 것’을 공고하고 나서 선거를 재개하라”고 못 박았고, 결국 중선관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재선거는 또다시 4월로 연기됐다.
그러나 중선관위가 요구를 수용했음에도, 학교 측은 선거지원을 하지 않았다. 결국 중선관위는 타 대학의 기표소와 투표함을 빌려와 손 투표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선거를 통해 투표율 약 65%, 득표율 약 97%로 현재 총학생회가 건설됐다. 당선 후, 학교 측은 “중선관위 위원 중 몇 명이 학칙 위반 사안으로 조사받고 있기 때문에 선거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자치 기구를 학교에서 불인정 하는 것은 엄연한 탄압“이라고 맞섰다.
갈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학교 측은 여전히 새로운 총학생회를 무기한 불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간담회와 같은 자리에선 총학생회의 존재를 인정하는 모순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성신여대는 프라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도 학생들과의 꾸준한 소통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생들의 대표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기는 매우 어렵다. 학생들의 관심과 대학본부의 현명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유은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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