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아-들리나? 지금 바로 1990년대에 응답하라 (한성대신문, 550호)

    • 입력 2019-11-1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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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1-12 16:38
▲레트로 열풍이 짙어지면서 이를 주제로 한 플리마켓 행사도 개최됐다. 사진 속 플리 마켓은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한 레트로 컨셉 ‘도시상회’의 필름카메라 부스 모습이다.

<편집자주>

시대에 따라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지나간 트렌드는 점점 대중에게서 잊혀지고, 한때의 추억으로 남아 심심풀이용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지 않던가. 1990년대를 눈부시게 장식했던 문화가 다시금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과거의 공간과 문화, 감성 속 때 묻은 촌스러움과 세련미까지 갖추고 말이다. 최근 이러한 움직임은 형태는 다를지라도 오락 업계, 패션 업계 등을 종횡무진 넘나들고 있다. ‘옛것’을 즐기는 레트로(Retro) 열풍이 힙(Hip)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금, 그때 그 시절을 웃음 짓도록 만든 ‘90년대 레트로’ 문화를 정 기자가 탈탈 털어봤다.

세대 공감 프로젝트 '레트로'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복고주의를 뜻하는 ‘레트로(Retro)’. 레트로 열풍은 끊임없이 새 단장을 반복하면서, 그 인기도 쭉 이어지고 있다. IMF 위기 당시에는 가난과 사회적 격동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70·80년대 문화가 유행했고, 이는 2000년대 초반에 포크음악과 로큰롤을 비롯해 영화 <친구>, <클래식> 등으로 시대를 관통하며 계승됐다. 그리고 2020년을 목전에 둔 지금, 이번에는 90년대 문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탑골공원’이란 별칭으로 화제가 된 유튜브 채널 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채널은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방영된 를 24시간동안 스트리밍해 당시 유명 가수들의 무대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채널이다. 과거 방영분을 시청함으로써 3040세대는 당시의 무대를 그대로 감상하면서 추억에 젖을 수 있고, 1020 세대는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스타들의 옛 모습을 찾아보면서 색다름을 느낄 수 있어 온라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회상하는 3040세대를 넘어, 그 시대를 직접 겪지 않은 1020세대까지 모두가 아날로그 감성을 즐기고 있다. 이처럼 요즘의 레트로는 옛날의 레트로와는 변모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레트로 문화를 즐기는 세대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는 유행의 주기가 매우 빠른 편에 속한다. 즉, 과거 문화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급격히 문화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비교적 가까운 시기인 90년대 레트로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방송의 경우 모든 세대가 90년대 레트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JTBC 예능 <캠핑클럽>과 같이 당시대의 인기 스타를 재등장시키거나,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며 “이는 과거에 등장했던 문화의 모습을 영상으로 다시 감상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문화를 재창작하거나 재해석하는 시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C통신과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 대중문화는 현재 대중문화의 원형과 가장 비슷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1020세대도 큰 진입 장벽 없이 90년대 감성으로 레트로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앞으로의 90년대 레트로 문화는 어떻게 전개될까. 이에 대해 성 평론가는 “유튜브를 통해 레트로 붐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그 열기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리메이크 작업을 비롯해 영화나 연극·뮤지컬, 게임, 만화 등 1990년대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촌스러운데 매력적이고, 낡았는데 새롭다!

오락부터 패션, 소품에 이르기까지···. 넓어진 향유층만큼이나 각 업계도 90년대 레트로에 푹 빠져들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2019년에도 1990년대의 감성을 사진으로 꺼내보듯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됐다. 그중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90년대 레트로 문화를 소개한다.

▲재출시돼 판매된 8비트 게임기. 한 개의 게임 스틱과 두 개의 버튼으로도 수십 가지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90년대 레트로 열풍이 한창인 오락업계에서는 추억의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슈퍼 마리오> 등 각종 게임들이 재출시돼, 옛 이용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8비트 TV 게임기 등 게임스틱을 이용해 작동하는 레트로 게임도 인기다. 최신의 그래픽이나 사운드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인 것이 매력이다. 온라인으로 레트로 게임을 판매하는 서미석(카이유의 레트로 게임 공간) 대표는 “최근 레트로 붐이 일면서 2030대의 판매율이 꾸준히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청청패션을 선보인 한솔잎 씨. 연청 자켓과 연청 바지에 빨간 스카프를 매치해 포인트를 줬다. (사진 제공 : 한솔잎)

뭐니 뭐니 해도 유행에 가장 민감한 분야는 패션업계다. 90년대를 주름잡던 나팔바지와 떡볶이 코트, 청청 패션 등이 다시 유행패션이 됐다. 이는 복고 감성을 추구하되 세련미를 놓치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평소 시도하기 어려운 형형색색의 컬러감이 눈길을 끈다. 매일 SNS에 자신의 패션사진을 올리는 최예진(23) 씨는 “평소 복고 컨셉에 맞춰 옷을 차려입은 후, 친구들과 사진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청청패션의 경우 청재킷과 청바지, 흰 티셔츠만으로도 쉽게 복고패션을 완성할 수 있어 즐겨 입는 편”이라며 “직접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더라도 시대를 대표하는 옷을 따라 입으면, 마치 나 자신이 동시대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해태 요구르트’와 ‘콜드’의 레트로컵. 배가 동그란 형태의 컵에 새겨진 글씨체가 멋을 더했다. (사진 제공 : @hobit_shop)

아기자기한 매력으로 보는 이의 수집욕을 유발하는 소품업계에도 90년대 레트로가 스며들었다. 과거 음료를 구매하면 지급되는 사은품이었던 유리컵이 이제는 한정판으로도 출시돼 별도로 판매되고 있다. 큼지막한 단팥빵 옆에 있어야 할 것 같은 투박한 유리잔에 그 시절 익숙한 캐릭터와 문양이 그려져 옛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새코미’와 ‘쵸코렡우유’같은 정감있는 문구는 덤이다.

이에 대해 성 평론가는 “2030세대가 1990년대 문화가 활발히 이야기 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을지 고려하는 자세로 보인다”며 “모든 세대가 각각의 방식으로 90년대 레트로 문화를 향유하면서 마음껏 자신의 레트로 취향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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