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길은 이쪽입니다.”
험난한 패션계에서 꿈을 향해 걸어가는 청년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청년 디자이너의 꿈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라잇루트(RightRoute)’다. 청년 디자이너가 실무에서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고 있는 이곳의 대표는 20대 청년인 신민정(29) 씨다.
라잇루트는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교육과 공간을 제공하고, 판매의 장도 마련해주는 기업이다. 라잇루트를 설립하기 전, 신 대표는 소위 말하는 ‘파워 블로거’였다. 평소 자취방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옷장’일 정도로 옷을 좋아한 탓에 옷 리뷰를 블로그에 올리는 활동을 했고, 이것이 쌓여 영향력 있는 블로거로 성장한 것이다. 신 대표는 파워 블로거가 되자 자신의 옷을 소개해달라는 신인 디자이너의 요청이 줄을 이었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브랜드를 새로 런칭한 디자이너들이 저를 찾곤 했어요. 꾸준히 패션 디자이너들의 옷을 소개하는 활동을 했는데, 어느날 문득 제가 전에 리뷰했던 한 브랜드를 찾아보니 사라져 있더라고요. 그때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브랜드를 6개월도 채 유지하지 못하고 폐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는 패션업계의 취업시장이 크지 않아 취업이 쉽지 않고, 만약 취업을 한다 해도 노동착취를 당하는 등 청년들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됐다는 것에서 기인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청년 디자이너들은 창업으로 눈을 돌리지만, 섣부른 브랜드 런칭으로 실패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청년 디자이너들의 고충을 알게 된 신 대표는 이들을 돕고 싶었다.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의 수요를 늘려야 하지만 이는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저 하나로 패션계의 문화를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고요. 패션 디자이너들을 위해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이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였어요.”
‘패션 산업에서 올바른 길을 제시하자’는 의미의 라잇루트. 이를 위해 신 대표는 디자이너에게 실무교육을 제공하는 ‘디자이너 프로젝트’ 사업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디자이너들이 ‘본인의 옷’을 직접 만들 수 있게끔 돕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을 만나 꿈을 물어보면 ‘본인 이 디자인한 옷이 출시되는 것’이라고 많이들 답하세요. 자신만의 옷을 만들 수 있게끔 도와주고 그 옷을 팔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겠다 싶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점은 선발 기준이 ‘절실함’이라는 것이다. 선발 과정에서 신 대표는 ‘현재 가지고 있는 고민’, ‘하고 싶은 것’, ‘꿈’의 질문들을 통해 절실함의 정도를 가늠한다. 여기서 선발된 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 프로젝트의 모든 교육을 통해 옷을 제작하게 된다.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이 아닌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필요한 실무를 교육해요. 수강생들은 디자이너 프로젝트를 통해 컨셉 기획, 디자인, 패턴 작업, 샘플, MD 등 실제 패션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모든 것들을 배울 수 있어요. 이렇게 디자이너 프로젝트를 마친 후 성실하게 교육에 임한 수강생 5명을 선별해 옷을 런칭할 수 있는 기회를 줘요.”
수강생이 런칭할 시 라잇루트는 촬영, 콘텐츠 제작, 의류 생산, 관리, 포장, 품질관리 등 디자인 외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즉, 옷을 디자인하고 상품화되기까지 모든 비용을 라잇루트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대신 1차 판매분까지만 라잇루트가 수익을 가져가고 2차 판매분부터는 판매 총액 중 20%의 수익을 디자이너에게 제공한다. 수익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이 프로젝트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라잇루트는 디자이너 프로젝트를 무사히 수료한 디자이너의 옷을 런칭해주기도 하지만, 이들을 새로운 프로젝트에 디자이너로 투입하기도 한다. 주로 기업이나 기관과 함께하는 콜라보레이션에 참여한다.
“3개월간 디자이너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디자이너들의 강점을 알 수 있어요. 이들의 능력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이너를 선발해 프로젝트에 투입하고는 합니다. 이런 활동들은 청년 디자이너들이 앞으로 디자인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험이 되고 더 나아가 하나의 이력이 되는 거죠.”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는 신 대표에게 감사의 연락이 오기도 한다. 어떤 디자이너는 취업에 성공하기도 하고 어떤 디자이너는 창업에 성공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신 대표는 일의 원동력을 얻는다.
“저희 교육을 받고나서 실제로 브랜드를 런칭한 뒤 지금까지 회사를 이어 나가는 분들이 계세요. 블로그를 운영할 때는 폐업하는 브랜드를 보며 마음이 아팠는데, 저희로 인해 브랜드를 유지하는 분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는 합니다.”
한편, 신 대표는 디자이너 교육 사업뿐만 아니라 디자인 공간 대여 사업을 하는 등 사세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창업을 하는 디자이너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회사를 키워냄과 동시에 청년 디자이너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요. 청년 디자이너에게 창업 지원금을 주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그런 지원이 패션계의 열악한 환경을 바꿀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옷을 만드는 사람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