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주화 향한 열망에 주목하는 대학가, 홍콩에 연대하다 (한성대신문, 551호)

    • 입력 201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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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2-01 16:08
▲지난 23일, 16개 한국 대학생단체 및 청년단체가 시청역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중국대사관에 홍콩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폭력 진압을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긴 항의 서한을 제출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이른바 ‘홍콩 시위’가 격화를 거듭하고 있다. 홍콩 시위는 중국 본토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홍콩으로 도피한 자를 다시 본토로 송환하는 ‘범죄인 인도법안(이하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다.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으로 인해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을 우려해, 거리에 모여 송환법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수차례 발표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그러나 평화 시위였던 이 시위가 지난 7월 21일 위엔룽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백색테러’를 시작으로 경찰의 인권 탄압 현장으로 바뀌자, 국내 대학가에서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홍콩에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게시판에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이 적힌 레넌벽이 마련됐다. 홍콩 시위 현장 사진의 아래에는 ‘홍콩에 자유를’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실제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세종대학교 등의 대학에는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레넌(Lennon)벽이 등장했다. 레넌벽은 1980년대 체코 공산정권 당시, 반정부 시위대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적어 저항했던 도심 벽이다. 이것이 송환법 반대와 홍콩의 자유를 요구하는 내용을 적어 대학교 벽에 붙이는 식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온라인에는 오프라인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응원 문구를 담은 ‘온라인 레넌벽’을 만들었다. 실명된 시위자에 연대한다는 의미로 한쪽 눈을 가린 사진을 ‘#eyeforHK’ 해시태그와 함께 게재하는 운동이 일기도 했다.

또한 지난 23일에는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을 비롯한 16개 한국 대학생 단체 및 청년단체가 시청역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며 중국 당국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인권탄압 중단 ▲5대 요구(송환법 완전 철회, 시위대 폭도 지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 조건 없는 전면 석방,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및 입법회 보통·평등선거 실시) 수용 ▲타국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 탄압 중단 등을 요구했다. 약 350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홍콩 시위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연대한다는 의미로 검은 옷과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해 거리로 나섰다. 홍콩 시위가 진행된 지 5개월에 접어든 지금, 여전히 국내 대학생들이 홍콩 시위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근현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홍콩과 우리나라의 역사가 유사한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오풍연 사회평론가는 “6월 민주 항쟁이 이한열 열사의 죽음으로 도화선이 된 것처럼, 홍콩 시위도 경찰이 발사한 빈백탄에 맞아 실명한 여성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시위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며 “홍콩 시민이 자유를 갈구하는 과정에 한국 대학생들이 동질감을 느끼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연대 시위에 참석한 한수진(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회장은 “홍콩 시위는 과거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세계 보편적 인식인 ‘인권’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이기 때문에 연대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김지문(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회원은 “우리나라의 민주화도 전국민의 연대로 함께 이뤄낸 것”이라며 “공통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는 홍콩 시위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며 연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양상에 대해 임채원(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앞으로도 한국 학생들의 연대는 계속될 것”이라며 “홍콩 시위에서 행해지는 폭력이 세상에 알려진 만큼 양국 학생들이 옳은 민주주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상설했다. 또한 오 평론가는 “집회나 레넌벽 외에도 홍콩 행정장관에게 서신을 보내거나 성금 모금을 진행하는 등 학생들의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콩 시위가 국내 대학가로 확산되자 이를 반대하는 중국 유학생들도 등장했다. 학내에 게재한 대자보나 현수막 등을 훼손하거나, 레넌벽에 ‘홍콩 시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을 도배하는 식이다. 한 회장은 “고려대학교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3개의 대자보가 모두 하루 만에 훼손됐다. 이후 대자보를 지키는 과정에서도 중국인 유학생들이 직접 대자보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목격했고,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로부터 조롱섞인 욕설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김 회원은 “양국 학생들이 서로를 혐오하는 발언과 행동을 자제하고 논리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권장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에 임 교수는 “양측 학생들이 국적은 다르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배타적인 태도를 떨치는 것이 필요하다”며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 수 있도록 여러 시민사회가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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