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보이지 않는 흉기 (한성대신문, 551호)

    • 입력 2019-12-0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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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2-02 00:02

지난 10월, 우리는 또 한 명의 연예인을 떠나보냈다. 그는 오랜 기간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그였기에 그 충격은 배가 됐다.

연예인이 악성 댓글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과거 많은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로 우울증을 겪거나, 극단적인 경우 목숨을 끊었다. 이들이 악플에 시달리는 것은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많이, 그리고 쉽게 대중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SNS의 활성화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되면서 그들의 일상 게시물에도 악플을 일삼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물론 악플이 꼭 연예인만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소위 ‘악플러’들을 쉽게 마주친다. 예를 들자면 일반 인터넷 기사, SNS 게시물 등지에서 일반인을 특정하여 비난하는 댓글을 일삼는 사람들 말이다. 심지어 전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도 악플러는 존재했다. 일반인인 우리에게도 악플은 하루의 기분을 온통 망치게 하기 마련인데, 거의 매일 악플과 마주치는 연예인들은 오죽할까 싶다.

한국은 온라인 댓글 익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악플은 이런 익명성을 악용해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본인의 이름 혹은 사진이 공개된 상태로 댓글을 달아야 하는 규정이 있다면, 과연 지금처럼 당당하게 악플을 남길 수 있을까?

여기에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지난 10월 22~25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온라인 설문조사 전문기관 ‘두잇서베이’가 성인 3,1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71%가 ‘인터넷 실명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실명제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사람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있을까.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악플로 인한 피해를 더 마주해야 할까. 악플은 이해 받아서도, 받아들여져서도 안 된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익명의 가면을 쓰고 악플을 작성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다. 또한, 한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흉기’다. 지금이야말로, 또다시 이런 참극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최보윤(사회과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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