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감정 중독으로부터 생존하는 법 (한성대신문, 553호)

    • 입력 202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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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3-16 19:41



몇 년 전, 사소한 장난을 일삼는 친구가 있었다.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망가뜨리거나, 말장난을 빙자한 서슴없는 욕설이 그 예시였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었지만 ‘유난떠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웃으며 넘기던 장난은 서서히 심한 장난으로 발전했고, ‘속앓이’ 또한 점점 커졌다. 그러다 평소라면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장난에 큰 화를 내, 결국 그 친구와 사이가 멀어졌다.

사례처럼 우리 사회에는 불쾌한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삼킨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게 두려운 사회에서 ‘타인의 감정에 해를 입힐까봐’,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두려워서’ 말문이 막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불편함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정작 아픔을 아픔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분노로 자신을 방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즉, ‘진짜 감정’에 무감각해진 채 ‘가짜 감정’에 중독되는 상태에 다다르는 것이다. 결국 순간의 감정에 휘둘려 폭발하는 ‘격정 감정 중독’을 야기하기도 한다. 더 악화되면 상대방과 관계가 멀어지면서 스스로 감정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통제불능을 초래한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감정을 숨긴 채 이겨내려고만 하지 말고 밖으로 표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감정을 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보듬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은 곧 내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이 우선됨을 의미한다. 하지만 내 마음을 살피지 못해 쌓인 감정은 곪기 마련이다. 훗날 심하게 곪다 터지고 나서야 자신이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인지한다.

속마음을 외부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굳이 말이 아니더라도 진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생각을 말하는 것이 어렵다면 글, 그림, 음악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수시로 감정을 표출해야 한다. 그러면 괜한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하소연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우리는 나이, 성별, 국적 등을 떠나 모두 같은 인간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갖는다. 더 나아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 용기를 갖고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표출해보자.

송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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