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가지 일을 오래하면 크게 싫증을 느낀다. 한성대학교에서 예대 학생들과 10년 이상 디자인을 하다 보니 어김없이 답답함이 찾아왔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은 욕구가 솟을 무렵, 학교당국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새로운 융합전공을 만들길 권장하는 대학본부의 정책에 힘입어, 마음이 맞는 공대 교수님들과 현재의 IT융합공학부를 만들었다.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무엇보다 정량적 계산 결과가 예상되지 않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 그래서 공대생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치는 것은 포기했다. 디자인이 공학전공자에게 유익함을 주어야 한다는 명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사고의 전환이 필요했다. 그래서 창의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논리적 사고가 탁월한 공대생들은 직관적이고 정성적인 감성을 아이디어에 담는 것을 불편해 한다. 그러나 목표를 위한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만족시키는 값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훌륭한 능력을 보이게 됨을 알았다. 이러한 목표들은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는 수행과정에서 빨리 습득된다. 경험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성여중 학생들과의 금연캠페인 협업과 공익시설물 개발, 디자인 전공생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한 미세먼지 측정기 개발 등에서 성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 과정들을 ‘심미적 공학, 작동되는 디자인’이라 부른다. 여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창의성이다. 유연하고 재미있는 생각, 사용자들과 공감을 형성하고 피드백이 오가는 창의성은 이 시대의 모든 전공자에게 필요한 소양이다. 엔지니어에게도 시장과 소비트렌드를 이해하여 제품의 방향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커져간다. 이 제품에 인문학적 따뜻함과 예술적 감성까지 더해지면 완성도가 형성된다. 공학전공자가 모든 분야를 고루 다룰 수는 없으나 개념을 이해하고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창의적인 사고력은 높아진다.
공대생들과 함께 출발한 길 찾기가 올해로 5년이 되었다. 이제 방향도 보이고 길가에 서서 박수치며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늘어간다.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많은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다. 새로운 것을 만들며 보는 기대에 행보가 즐겁다.
문찬(IT융합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