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성학원(이하 재단) 및 한성대학교의 교육부 회계부분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학내가 떠들썩했다. 회수 통보를 받은 금액이 무시할 수 없는 규모였기 때문이다. 특히 지적받은 9가지 사항 중 재단이 회수 통보를 받은 금액에 눈이 갔다.
3억 6천만 원. 재단이 2012년부터 6년 동안 故이희순 전 이사장에게 매달 500만 원씩 지급한 금액의 총계다. 재단은 이 전 이사장이 이사장직에 있기 전인 2006년부터 자리에서 물러난 2018년까지, 그에게 생계비 혹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매달 500만 원씩 지급했다. 지급명목이 무엇이 됐든, 이 전 이사장이 이사장직에 없었던 기간에도 ‘설립자’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돈을 지급한 것이다. 취재를 담당한 기자의 브리핑을 듣다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사학재단이 투자한 자본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해보일 수 있지만 과연 이것이 용납될 수 있냐는 것이다.
사실 사학재단이 설립자 혹은 그의 가족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학교 운영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그간 대부분의 사립학교에서 공공연하게, 그리고 관례적으로 자행돼 왔다. 사학재단에 대한통념이 ‘비리의 온상’으로 귀결되는 이유다. ‘적폐청산’, ‘발본색원’이 사학재단을 대표하는 단골 수식어라는 것은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사실이다.
사학재단이 이사장을 중심으로 족벌경영을 펼쳐, 설립자 가족이 학교에 자리를 하나씩은 맡고 있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2017년 노웅래(더불어민주당)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사립대학의 설립자·임원 친인척 근무 현황’에 따르면, 전국 67개 사립대학에 근무 중인 설립자·이사장의 가족은 163명에 달했다. 4년제 사립대학 4곳 중 1곳에서 그 친인척이 학내 중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동의과학대학교에는 설립자의 삼남, 며느리, 5촌, 6촌 등 가족 8명이 총장·교수·처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단국대학교는 1947년 설립 이후 3대째 세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쯤 되니 사학재단이 가족기업인지 교육기관인지 의문이 든다.
누군가는 개인이 설립한 것이기 때문에 사학재단을 설립자의 사유재산으로 볼 수 있고, 때문에 그 친지들에게 직위세습과 지원금 지급은 당연한 처사라고 말한다. 투자 대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학재단의 정체성을 되짚게 된다. 이번 본교 재단의 사례처럼 공적 용도로 사용돼야 할 사학재단의 돈이 사적인 용도로 유용된다면, 과연 그 사학재단은 발전할 수 있을까?
이번 교육부 회계부분감사 이후 본교 재단은 결국 3억 6천만 원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고, 본사와의 인터뷰에서 재발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설립자와 그 부인이 사망한 이후, 그의 가족들이 재단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는 재단이 설립된 지 75년째 되는 해다. 과연 금번의 교육부 회계부분감사가 향후 재단 및 한성대학교의 투명한 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선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