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꽃을 피우기 위한 밑거름 (한성대신문, 572호)

    • 입력 2021-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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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5-09 17:32

최근 대학이 취업 준비의 연장선처럼 여겨지고 있다. 필자의 주위만 둘러보더라도 취업 걱정에 근심 가득한 친구가 많다. 졸업까지 시간이 꽤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심지어 후배 중에서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의 영어 단어인 ‘university’의 라틴어 어원 ‘universitas’는 ‘전체 혹은 공동체’를 의미한다. 대학이 단지 학문을 갈고닦아 견문을 넓히는, 취업을 위한 학위 취득의 장소는 아니라는 증거다.

대학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공동체는 무엇일까. 바로 ‘학생자치’다. 학생자치는 어쩌면 대학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휘청일 때마다 중심을 잡아줬던 집단은 대학생, 그리고 학생사회였다. 민주화운동부터 노동운동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의 여러 획을 그었던, 단단한 심지의 역할을 수행했던 학생사회가 위기를 맞았다.

이제는 너무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대학 내 학생자치가 무너져 가고 있음은 아직도 주목해야 할 대학사회의 큰 문제다. 자치란 ‘스스로 다스린다’는 의미다. 2012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학생자치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자치활동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되는 집단 활동으로 민주시민의 기본 자질과 태도를 향상해 나가는 활동’이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는 자치를 ‘자주성을 보장받고 의사 표현의 자유, 자기 결정권 등을 통해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실현하는 민주시민 활동’으로 정의한다. 학생자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학생의 목소리도 낼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고르자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서울대학교를 뽑을 테다. 그런 서울대학교조차 2019년 말, 제61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내일’이 사퇴한 이후 지금까지 연석회의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중도 사퇴로 총학이 공석이었던 경우는 있었지만, 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된 일은 사상 최초였다. 그 후 4번의 재선거 역시 무산되고 현재 ‘제62대 총학생회 5차 재선거’가 진행 중이다.

학생자치의 씨가 마르고 있는 지금, 우리 학교엔 단비가 내리고 있다. ‘제37대 총학생회 선거’에 ‘근본’, ‘BASE’, ‘성심’ 등 무려 3개의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가 후보로 출마했다. 2년 연속 단선으로 치러졌던 총학 선거는 3년 만에 경선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크리에이티브인문예술대학 학생회 선거 역시 ‘공감’, ‘시너지’, ‘단비’ 등 3개 선본이 경선을 이룬 바 있다.

좋은 징조임은 분명하다. 각각의 선본은 서로 견제하며 너나 할 것 없이 학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자연히 학생을 위한, 학생이 원하는 학교를 만들고자 심도 있는 고민도 이어질 테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의 태도다. 학생자치기구, 특히 총학생회의 가장 큰 적은 ‘무관심’이다. 일반 학생들이 이들에게 무심하다면 단비가 내린들 새싹을 피울 수 없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그들이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지, 초심을 잃지는 않았는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한다. 학생의 관심을 양분 삼아 새싹이 건강히 피어나길 고대한다. 우리 학교에 만개할 진정한 학생자치의 꽃을 기다리면서.

신혜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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