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안전설비 관리에 미흡한 구석이 드러났다. 2년 넘게 지속된 비대면 체제로 대면수업과 활동이 낯선 학생들이 훨씬 많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텐데, 안전설비 문제는 단 하나의 문제라도 불의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근본적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비대면 체제일 때보다 높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더는 안전 관리를 미룰 수 없다. 이는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급선무의 과제이며,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관리로 이어져야 한다.
지난 7월, 모 대학 캠퍼스 내에서 학생이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던 것을 봐도 대학이 안전 관리에 힘 써야 할 까닭은 충분하다. 심지어 본교는 지난 4월 경미한 화재를 겪은 바가 있다. 그러나 경각심을 가지기는커녕 소화기, 방화셔터, 방수용기구함 등의 관리에 소홀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학기에 예정된 대동제 및 MT 등의 행사에서 학생들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이에 대학본부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비용적 측면에서도, 타 대학에 견주어 보았을 때도 본교 안전 실태가 우수하다는 맥락이었다. 심지어 취재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했다. 본사의 취재에 대해 의심을 품는 것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개강을 맞이한 학생들이 머무를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했는지 뒤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물론, 취재 시작과 동시에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사용 연한이 지난 소화기의 교체가 이뤄졌고,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자리를 방해하던 책걸상의 위치는 깨끗이 치워졌다. 보호 유리를 깰 수 없어 무용지물이 될 뻔했던 자동심장충격기(AED)도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게끔 망치가 추가로 비치될 예정이다. 다만 이처럼 단순한 장비 교체만으로는 대학본부의 안일함이 완치됐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꾸준한 점검과 실질적 교육으로 완벽한 체질 개선을 이뤄야만 진정한 학생의 보금자리로 거듭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교체된 ‘2022년 제조 소화기’가 2035년에 발견되는 일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참고로 소화기의 사용 연한은 제조일로부터 10년이다.
취재 직후 소화기를 교체하는 등 발 빠른 대처를 보인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문제는 이것이 ‘대처’라는 지점이다. 신문사 취재에 대한 대처. 사용 연한이 지나지 않은 소화기가 비치돼 있다는 당연한 것에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면 우리는 행복한가. 만약 본지의 취재가 없었다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났을지 모르는 일이다.
‘오고 싶은 대학, 머물고 싶은 대학’. 우리 대학의 슬로건이다. 자고로 생존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이다. 만일 자신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천국인들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을까? 슬로건처럼 되기 위해, 학생들의 안전에 철저하고 진정한 보금자리로 거듭날 우리대학의 노력에 미리 응원을 보내본다.
한혜정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