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혐오의 물살에 휩쓸리지 않도록 (한성대신문, 609호)

    • 입력 2025-03-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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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03-24 00:01

“멸공! 화교짱깨 대청소하라.” 지난달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멸공 페스티벌에서 울려 퍼진 구호다. 온라인에서만 만연하던 중국인 혐오가 대학 현장에서도 거리낌 없이 등장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이어지며, 특정 집단을 겨냥한 적대감이 조직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 여파로 대학 내 중국인 유학생이 혐오의 최전선에 내몰리고 있다.

혐오 선동자들은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에 정치공작을 펼쳤다는 의혹을 발단으로 혐오를 가감 없이 표출한다. 중국인 유학생이 ‘화교특별전형’을 통해 우리나라 의과대학에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입학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혐오를 전파시킨다. 실제로 본교 인근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재학생을 통해 공개적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행 대학 입시 제도에는 이러한 명칭의 전형이나 지원 자격 조건은 전무하다.

선동과 날조 그 자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진실로 받아들이며 그들은 ‘정신승리’라는 얄팍한 위안을 얻으려는 듯하다. 정치, 경제, 사회의 불안이나 개인의 어려움을 외부의 특정 대상에게 전가함으로써 승리했다는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는 것이다. 결국 ‘탓할거리’를 만들어내 잠시의 어려움에서 눈을 돌리려는 비겁한 행태를 보인다.

그들에게 중국은 안성맞춤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다른 이념, 다른 문화, 다른 언어를 지닌 나라. 늦게 출발해 빠르게 성장한,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는 혐오의 배출구로 작용해도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다. 이곳에서만큼은 한국인이 주류를 이루기에, 혐오의 화살은 중국인이라는 표적을 향해 날아간 것이다.

청년은 혐오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전인적(全人的) 교육을 강조하는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지성과 윤리를 겸비한 존재로 성장해야 한다. 지적 탐구와 도덕적 성숙이 조화를 이룰 때, 사회 전체를 도덕적으로 고양하는 주체로 자리할 수 있을 테다. 청년들이 혐오를 감별하고 책임 있는 표현과 행동의 기준을 고민하며 단순한 시대의 산물이 아닌, 공동체의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바르게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길 진정으로 염원한다.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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