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영(ICT 2) 작품 핀다를 구상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단어는 평화였습니다. 평화는 우리가 모두 갈망하지만 그 의미는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단어를 떠올리며 평화란 무엇이고 그것이 실재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첫 문장이 떠올랐고 이후에는 이미지를 연상하며 문장을...
이번 제39회 한성문학상 시 부문에 총 64인의 320편을 맞았다. 이들은 우리 곁에 시가 있으며 그 시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가 쓰고 우리가 읽는 것이라는 사실을 온전히 증명하는 물증이라 하겠다. 유년 시절의 꿈 또는 치기, 사춘기의 낭만 또는 센티멘털 등이 남아있기도 했고, 여기에 청년기의 고독 또는 패기가 얹어지기도 했다. 대체로 행과...
[삽화 : 오민지(동양화 3)] 핀다 홍서영 장미라는 꽃에는 분명 가시가 돋쳐 있지요. 그러면 철조망에도 언젠가 꽃이 필 겁니다. 누가 뭐라 해도 아무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꽃은 피어나기 위해 허락을 구하지 않으니까요. 철조망은 제 몸을 긁으며 꽃을 털어내려 하겠지만 꽃은 분연히...
이정유(패션 4) 올해는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반복되고 단조로운 일상이 나를 괴롭혔고, 그 시간과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야만 했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며, 이번 소설도 그러한 성찰 속에서 탄생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전보다 더욱 진실하고 치열하게 소설을 쓸 수 있었다. 내가 처음 소설을...
제39회 한성문학상을 어떤 방법으로 심사해야 이 상의 권위에 맞는 수상자를 고를 수 있을까? 심사위원은 스스로 묻고 답했다. 심사위원은 응모작을 모두 읽고 폭로 _이정유, 마라톤 _김재헌, 소원의 굴레 _김민상 세 편을 다시 읽으며 본심에 들어갔다. 폭로는 서사의 구성이 치밀하고 설득력이 있다. 주제 또한 표절 규명이라는 명분이 확실하다....
[삽화 : 정보연(ICT 3)] 폭로 이정유 신문사에서 화제의 신인 작가 J의 소설에 관한 칼럼을 작성해 달라고 했을 때, 나는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J는 대학 시절 나와 같은 문학 창작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이였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본 지는 대략 5년 정도 되었다. 물론, 내가 알던 J는...
제가 13년째 살고 있는 동네 길목은 눈 감고도 그릴 수 있습니다. 미용실, 수선집, 정육점, 말은 나눠보지 못했지만 익숙한 어른들의 얼굴에 주름이 지고 흰머리가 나는 것을 어느 순간 자연스레 알만큼 저는 그들을 자주 보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한성문학상에 투고할 시를 쓰려고 생각하다가 문득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38회 한성문학상의 시 부문 응모작들을 세심하게 읽었다. 무엇보다 젊은 학생들의 패기와 깊은 사유, 신선하고 탄력 있는 상상력을 접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만 활달한 사유와 상상력에 어떤 얼개 같은 것을 두어서 시상을 조금은 구심적으로 조직화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전반적으로 있었다. 당선작 선정을 놓고 마지막까지...
수선집 이세현 골목 앞길을 지키고 있는 수선집 황씨 아저씨는 하루 종일 다리미로 꾹꾹 셔츠를 눌려펴다가 집에 가서는 누룽지를 팔팔 끓여 대충 먹고는 잠에 든다 다 헤진 메리야스가 매주 전화가 온다던 딸이 재작년 겨울부터 오지 않는 일을 알려주었다 송송 구멍이 뚫려 있는 아저씨의 가슴팍에 어둑한...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자극제는 이전 소설 부문의 수상작이었습니다. 남성중심적 판타지가 가미된 표현이 가을날 보도블록을 뒤덮은 낙엽처럼 흩뿌려져 있던 그 글은 충격이었습니다. 다시 읽어봐도 제가 파악하지 못한 풍자, 신랄한 비판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정상적인 남성성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사회가 제시하는 정상성은 허황한...
38회 한성문학상 소설부문 응모작은 읽을만한 수준을 갖춘 작품들이 많아서 몇 번 살펴본 결과 「정상성 찬가」, 「복기」, 「사람의 질문」, 「껍데기」, 「긴 팔 옷의 남자」 5편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심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소설이란 모두 아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어서, 결국 써나가는 방식이 얼마나 독창적인가 하는 점이었다. 「정상성...
정상성 찬가 배지호 박경훈 씨는 자신의 안정적이고 화목한 가정에 제법 자부심이 있는 편이었다. 젊은 나이에 남부럽지 않은 회사에 취직하여 주변의 동경과 시샘을 한 몸에 받으며 큰 사고 없이 56세의 나이, 부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아내와는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만났다. 그때 아내는 학교에서 알아주는 미인이었는데, 그런...
이번 한성문학상에는 총 40명의 투고자가 200편이 넘는 작품을 투고하였다. 규모로 보면 예전에 비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이 시를 쓰고 읽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가 대중들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한편으로 뿌듯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도 아쉬움이 없는 것은...
식탁 위에 며칠이나 놓여 있던 바나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껍질까지 까맣게 변해갔습니다. 이대로 더 놔두면 너무 물러지고 썩어서 버려야 할 것 같은데 가족들은 아무도 그 바나나를 먹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이미 너무 볼품없는 모습이 돼버려서 별로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냥 버리기에도 아깝고 그렇다고...
[삽화 : 김한나(패션3)] 방치 김도경 바나나를 주웠다 생각보다 노랗지 않았다 검었던 것 같다 껍질을 찢고 안을 들여다봤을 때 너무 오래 방치된 것은 그렇다고 달궈진 팬 위에서 잊혀갔던 토스트의 새까만 살을 씹다가 네가 말했다 그날 무식하게 겉면을 태운 슬픔이 긁어낼 가위도 없이...